[창간40주년 특별인터뷰/안철수 의원]"도전으로 기회 만들고 실패를 자산 삼는 문화 자리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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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은 창간 40주년을 맞아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특별 대담을 가졌다. 의사와 기업인을 거쳐 정치인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한 안 의원은 올해 정치선언 10주년을 맞는다.

대한민국의 미래성장과 재도약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안 의원은 기술, 정치, 사회, 문화 등 다양한 시각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조했다. 과학기술 패권 경쟁, 미-중 갈등의 냉혹한 현실에서 생존전략으로 청년은 도전을 통해 기회를 만들어가고 사회는 실패경험을 자산으로 삼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와 함께 기술이 앞서 변화를 이끄는 사회에서 기술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해법 마련을 미래 과제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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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강병준 전자신문 편집국장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대한민국의 현재를 진단한다면.

▲지금 대한민국은 변곡점에 와 있다. 역사적으로 국가가 현상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는 없다. 우리가 하는 것에 따라 잘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추락할 수도 있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서고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는다고 하지만 경제는 계속 나빠지고, 환율은 계속 오르고 있다. 환율이 높아지면 물가 상승은 막기 어려워지고 더 많은 이들이 고통을 받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요동을 치고 있고 미-중 간 기술패권 전쟁, 칩4 동맹 압박 등 여러 부분에서 대한민국은 끼어있는 상황이다. 생존전략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수출제조업 이후 새로운 미래 먹거리는 어디에 있나.

▲소프트웨어(SW) 산업에 종사했던 사람이다. 지금은 SW에 대한 가치가 높아졌다. 얼마 전 비행에 성공한 'KF-21'도 하드웨어(HW)보다 SW 원가가 더 높다고 한다. 과거에는 SW가 한 분야 산업이었다면 이제는 인프라로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제조업도 우리가 강점이 있는 분야다. 한국과 독일, 일본 정도를 세계에서 자체적인 제조역량을 갖춘 강국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이 분야도 SW와 융합한다면 더 강화할 수 있다. SW 인재 100만명 양성 등 정부의 관심을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중요성에 비해 아직도 SW에 대한 홀대가 남아있다.

▲과거와 비교한다면 천양지차(天壤之差:하늘과 땅 사이 큰 차이)다. 30년 전 한 강연에서 HW와 SW를 따로 분류해 강연을 하다 한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SW는 HW의 일부분”이라는 항의를 듣기도 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실리콘밸리 회사들의 SW 인력 연봉이 HW 인력보다 훨씬 많고 이것이 세계적 트렌드다. 아이들에게 코딩 교육을 하고 SW 인재로 키우려고도 한다.

SW 산업과 인력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이는 것은 숙제다. 최근 정부가 인재양성 정책을 발표했지만, 갈 길은 멀다. SW는 공부만으로 한계가 있는 분야다. 수준을 높이려면 공부와 함께 프로젝트에 참여해보는 실무 경험이 필요하다. 범용 SW 관련 기술력도 아직 낮고 인력도 부족하다.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등을 통해 SW기업이 해외에 진출하고, 개발도상국에 대한 SW 지원을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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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변혁의 시대에 기술과 인류의 공존 방법은.

▲기술 발달이 사람을 압도하는 시대가 왔다. 생활을 윤택하게 해야 하는 기술을 따라가느라 사람이 허덕이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용해야 하고, 그 중심은 항상 인간이어야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 진화로 발생하는 정보격차, 빈부격차 문제 역시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

새로운 먹거리와 일자리를 위해서 첨단산업과 기술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적정기술이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모든 이들에게 첨단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저렴한 가격에 적절한 성능을 보장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저개발 국가 수출도 가능한 부분이다.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면 적정기술, 뿌리산업과 같은 곳에 관심이 줄어든다. 첨단기술을 통해 적정기술 활용도를 높여 중소기업에 도움을 주는 방안도 구상할 수 있다.

이런 작업은 국가가 해줘야 한다. 아직 윤석열 정부는 지난 문재인 정부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정부 출범 100여일밖에 지나지 않아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고 본다. 100일 동안 계승할 것과 바꿀 것에 대한 검토는 끝내고, 이제 실행에 나설 것이라 생각한다.

-정치선언 10년 우여곡절 많았다. 새로운 정치와 변화를 논한다면.

▲우리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선 여러 가지가 바뀌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경험을 축적하는 문화 정착을 강조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남의 것을 따라왔다. 하지만 한계에 다다랐고 이제는 우리 것을 가져야 한다. 개념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수많은 실패의 경험이 축적되어야 한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실리콘밸리 기업의 높은 성공률은 실패한 사업가에게도 재도전 기회를 주기 때문이다. 사실 실리콘밸리는 실패의 요람이라 말할 수 있다. 사업에 있어 도덕적 문제가 없다면 실패한 사업가는 투자자로부터 가산점을 받는다. 실패 경험이 많을수록 또 다른 실패의 확률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실패 끝에 성공하는 기업이 나와준다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더 큰 부가가치를 기대할 수 있다. 개인의 실패를 사회적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실패의 경험이 축적되는 사회가 대한민국이 변곡점에서 다시 성장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윤 정부의 초기 낮은 국정지지도를 타개할 방법은 무엇인가.

▲국민들이 5년 만의 정권교체에 힘을 실었던 이유를 다시 되돌아보자. 전임 정부의 실수와 내로남불처럼 실망스러웠던 모습을 공정과 상식, 법치주의로 고쳐 달라는 국민 요구 때문이었다.

시대적인 과제, 미래 먹거리, 젊은 세대를 위한 연금 및 교육개혁 등을 전 정부가 하지 않은 것이 정권교체의 원인이다. 국민이 원하는 바를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수행하면 정상궤도에 올라설 것이다.

정부 성공은 곧 국가의 성공이고 여기에는 여야가 없다. 다음 정권교체를 위해 이번 정부 실패를 바라는 것은 국민을 위한 자세가 아니다. 잘못된 정책 있다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국회 역할이다. 위기 극복해서 한층 더 도약하고 다음 대선에선 실력으로 겨루는 시대가 돼야 한다.

지금 정치권은 권력투쟁, 자리다툼, 계파갈등 등 거대 담론 없이 수준 낮은 잡음만 나온다. 코로나19 위기, 수해복구도 끝나지 않았고, 가을·겨울 산불과 폭설 등 또 다른 재난도 걱정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안전·민생의 중요 목표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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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연말 전당대회 얘기 나온다. 당권 도전에 대한 입장은.

▲전당대회 일정이 정확히 결정된 이후에 각자 입장을 밝히는 것이 맞다. 이와 관련해 외부의 다양한 추측이 있지만, 제 입장을 밝힌 바는 없다. 정치의 본질은 국민의 안정과 민생을 챙기는 것이지 누가 당대표가 되고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국민의힘이 더 발전하려면 두 가지 변화가 필요하다. 이념을 떠나 문제해결 정당으로 입지를 다시 다져야 하고, 지지 기반을 보수에서 중도로 확장해야 한다. 자신만이 꿈꾸는 세상이 있다해서 지금 사회를 바꾸려는 인물은 실패한다. 이보다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최적의 대안을 찾아야 한다. 보수·진보든 상관없다. 국민 삶이 나아진다면 좋은 것이고 이에 함께하는 정당이 되어야 한다.

중도층의 특성도 마찬가지다. 중도는 합리성을 추구한다. 이념에 상관없이 합리적인 해결책이면 받아들인다. 지금처럼 사회적 양극화와 계층 간 갈등이 심한 상황에서는 일부 세력이 아닌 더 많은 국민을 품는 따뜻한 정당이 필요하다. 그 길에 제가 어느 위치에 있건 최선을 다할 것이다.

-대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는 젊은 세대에게 인생 선배로서 조언한다면.

▲앞으로 세계가 어떻게 바뀔지는 알 수 없다. 이럴 때 교육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인성교육·적성교육·창의교육 이 세 가지 균형점이 필요하다. 주객이 전도되어서는 안 된다. 한 예로 코딩교육은 이를 하나의 도구로 활용해 문제해결 능력과 창의성을 키워주는 것이 목적이다. 어떤 학생은 프로그래머로 성장할 수 있지만, 다른 학생들은 다른 직종에 종사할 수 있다. 모든 학생이 코딩교육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이 있어야 한다.

미래 세대의 경우도 똑같다. 스스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적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세상에서 자기 자신을 본인이 가장 모른다고 한다. 저 같은 경우도 가족과 친구들이 사업하면 반드시 망한다 했고, 스스로도 경영은 아니다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가장 잘 할 수 있었던 영역이다.

사람은 편견을 가지고 태어난다. “이 분야는 나와 맞지 않아”와 같이 시도도 안하고 편견을 갖지만, 인생에 가장 큰 선물은 스스로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다. 과감히 도전하면 의외로 잘맞는 분야를 찾을 수도 있다. 인생은 끝없이 자기를 발견하는 여행이다.

◇전자신문 40년, 한국 경제 도약에 기여…향후 40년 미래 시대 공론의 장 기대

안철수 의원은 40주년을 맞은 전자신문에 축하와 함께 미래 시대 첨단기술과 사회의 공존 담론을 논하는 장이 되어달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안 의원은 “전자신문과는 정말 오랜 인연이다. 창간시기에 저는 백신을 개발하기 시작했고, 전자신문 칼럼리스트로 오래 활동해왔다”고 인연을 강조하며 “전자신문이 40년의 노력을 지속적으로 이어가 급변하는 시대의 지향점을 비쳐달라”고 말했다. 이어 “전자라는 단어가 최첨단으로 다가오던 시기부터 트렌드를 제시하며, 기술과 산업, 사회 도약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 고민해 온 것이 전자신문이었다”고 평했다.

특히 대격변의 시대 기술과 인간의 공존할 수 있는 고민을 담아주길 기대했다.

안 의원은 “전자신문이 급변하는 시대에서 인간이 기술의 주인이 되기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를 얘기하고 이를 공론화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정리=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사진=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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