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푸틴의 브레인'으로 불리던 알렉산드르 두긴(60)의 딸 사망 사건과 관련해 우크라이나를 '테러 배후'로 지목하려는 뜻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러시아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23일(이하 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기나(30)의 살해 사건은 야만적 범죄이며 절대 용서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두기나가 운전한 차량에 폭발물을 설치한 용의자로 우크라이나 비밀요원 나탈랴 보우크(43)를 지목했다. FSB는 그가 우크라이나의 민족주의 성향 군사조직 '아조우 연대' 출신이라고 주장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FSB는 이미 사실을 확인했다”며 “조사 결과에 바탕을 두고 확인된 배후자에겐 자비란 있을 수 없다. 이는 (사건을) 실행한 사람과 주문한 사람 모두에게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측은 이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방 국가에서도 FSB의 조사 내용을 믿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FSB가 동영상 증거까지 갖고 나타나는 '속도'를 보면,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FSB가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용의자가 12살의 딸까지 대동한 채 당국의 눈을 피해 뒤 러시아의 심장부 모스크바에서 암살 행각을 벌이고는 체포되지 않은 채 유유히 빠져나갔다는 것인데,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CNN은 “두기나 사건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며 “확실한 것은 러시아 정부가 이 공격을 써먹을 방법을 찾아낼 거라는 점”이라고 짚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