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치열한 논의 끝에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정지하는 내용의 당헌을 유지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17일 국회 본청에서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전날 전당대회준비위원회(전준위)에서 통과된 '당헌 제80조 1항'을 수정하는 내용의 안건을 부결했다. 해당 안건은 최근 개설한 당원 청원 게시판을 통해 개정이 논의된 첫 사례였다.
전준위는 전날 치열한 회의 끝에 해당 조항을 수정하기로 의결한 뒤 이를 비대위에 부의했다. 전준위가 수정한 당헌은 부정부패 관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에 대해 '기소와 동시에 직무를 정지한다'는 현행 당헌 제80조 1항을 '하급심(1심)에서 금고 이상의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로 개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그러나 곧바로 당내 반발에 휩싸였다. '이재명 방탄 논란'과 함께 일부 의원들과 당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표출됐다. 이들은 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대표로 재직하던 시절 해당 조항을 신설했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아울러 3선 이상 중진급 역시 해당 조항 개정과 관련한 부정적인 의견을 한정애 비대위원을 통해 비대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비대위가 당내 여러 부정적인 우려를 수용해 해당 조항을 유지하기로 결정한 셈이다. 부정부패 관련 법 위반 혐의를 받는 민주당 당직자는 현행 당헌 그대로 기소와 동시에 직무가 정지된다.
다만 당헌 제80조 3항은 손을 대기로 했다.
현행 80조 3항은 '정치탄압 등 부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중앙당윤리심판원의 의결을 거쳐 징계처분을 취소 또는 정지할 수 있다. 이 경우 윤리심판원은 30일 이내에 심사·의결한다'고 규정한다. 비대위는 해당 구제 기구를 윤리심판원에서 당무위원회로 수정했다.
당무위는 지도부와 시도당 위원장, 국회 상임위원장, 당헌 33조의 상설위원회 위원장, 당 소속 시·도지사, 기초지자체·광역의회의원·기초의회의원협의회 대표, 원외지역위원장협의회 대표 등이 모인 최고의결기관이다. 100여명 이하로 구성된다.
당헌 '제112조 3'도 신설하기로 했다. 해당 당헌은 '당대표 및 최고위원이 과반 궐위되는 등 당에 비상상황이 발생한 경우, 중앙위원회는 안정적인 당운영과 비상상황 해소를 위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규정이다. 이는 최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와 윤핵관 사이에 비대위 구성과 관련한 다툼 등을 반면교사 삼아 신설한 조항으로 풀이된다.
신현영 대변인은 “최고위가 아닌 당무위로 논의기구를 결정한 것은 조금 더 확장된 논의 기구에서 이를 논의하는 게 조금 더 공신력이 있을 거라는 판단을 했다”고 덧붙였다.
당헌 '제112조 3' 신설과 관련해서는 ”여당이 보여준 부재한 규정과 관련해 발생할 수 있는 정치 상황에 대해서 민주당은 비대위 전환 기준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이를 개정안에 반영했다“고 말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