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 전자파 노출에 대한 우려없이 고자기장 MRI를 활용하여 초고해상도 영상 실험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KBSI·원장 신형식)은 연구장비운영부 오석훈 박사를 포함한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전 세계 총 26명의 MRI 연구자들로 구성된 연구팀이 MRI 전자파 안전성 검증을 위해 개발한 연구지침서를 국제자기공명의과학회(이하 ISMRM)로부터 공인받았다고 11일 밝혔다.
MRI를 이용한 고해상도 영상 획득은 미세한 병변을 쉽게 찾을 수 있게 해, 질환 진단에 있어 매우 중요한 성능이다. 초고해상도 영상은 통상 3테슬라(T:자기장 세기 단위) 이상 초고자기장 MRI 환경에서 얻을 수 있다. 다만, 자기장이 세질수록 인체에 노출되는 전자파의 영향도 자기장 증가의 제곱에 비례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시중에 널리 쓰이는 임상 MRI는 이러한 전자파 영향을 고려, 충분히 안전한 조건에서 영상을 찍고 있으므로, 건강에 대해 우려할 부분은 없다. 다만, 동급 또는 더 높은 자기장의 MRI를 연구용으로 사용할 경우에는 내부 장치인 고주파(RF) 발생장치, 전자회로에서 발생하는 전자파 등 노출에 대비해야 한다.
MRI 영상 실험은 인간을 대상으로 하므로, 인체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잠재 위험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이를 체계적으로 대비해 예방할 수 있는 지침 등이 없어, 전자파 영향을 검증할 수 있는 연구지침서 개발의 필요성이 꾸준히 요구돼 왔다.
또 이러한 실험을 진행하기 전에 반드시 생명윤리위원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연구그룹마다 심의를 준비하는 절차나 방법이 달라 연구자 개인의 기술적 판단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승인 받기가 힘든 부분이 있었다.
국제 연구팀이 개발한 연구지침서는 일종의 모범사례를 정리해 발표한 것이다. 3T급 이상의 고자기장 MRI에서 영상 신호의 발생·수신을 담당하는 고주파 발생장치가 인체 전자파 노출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조건들을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검증하기 위한 실험적 경험을 반영해 작성됐다.
연구지침서는 고주파 발생장치에 대한 전자기장 시뮬레이션은 물론, 시뮬레이션 후 전자파 흡수율로 표현되는 온도 영상화를 통한 검증 실험 등 전자파 노출로부터 위험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기술적인 방법들을 이론적·실험적으로 분석해 제시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3T MRI의 보급률이 높은 편으로, 일반 병원 등에서 고해상도의 영상 진단에 매우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더 높은 해상도로 영상 획득이 가능해 연구용으로 주로 쓰이는 7T MRI는 KBSI를 포함해 현재 국내에 총 3대, 세계적으로 약 100대 정도가 운영 중이다.
연구지침서는 고자기장 MRI 환경에서 실시되는 다양한 인체 촬영 실험 시 연구대상자의 인체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요인을 방지함은 물론, 연구그룹마다 생명윤리위원회의 승인 획득에 필요한 표준 가이드라인으로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러한 가치를 관련분야 세계적인 전문가들에게도 공인받아, ISMRM 홈페이지에 게시되는 성과가 있었다.
연구지침서는 MRI 관련 핵심적인 선행연구 결과를 보유한 26명의 저자들이 모여, 전자파의 발생 요인 및 안전성 검증 관련 기존 연구결과를 집대성해 만들었다. 이 중 국내 연구자로는 KBSI 연구진의 참여가 유일한 것으로, 이번 개발에서 오석훈 박사는 MRI 전자기장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후 동일한 조건으로 전자파의 안전성을 실증하는 역할을 맡았다.
오석훈 박사는 “이번 연구지침서는 고자기장 MRI에서 전자파 안전성 검증에 필요한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 MRI 영상 연구의 대중화는 물론, 잠재적 위험을 체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향후 전자파의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기술적인 모범사례들을 더욱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과 함께, 전자파의 피해로부터 실질적으로 인체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