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우리나라가 에너지 신산업을 키우고 다원화하기 위해서는 시장 원리를 기반으로 한 전력도매시장 개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루 전에 시장가격이 결정되는 현행 방식을 개선하고 에너지원·기간·유형별로 시장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장기적으로는 이런 개선방식이 한전의 전력구입부담을 줄이면서 다양한 에너지신산업을 키울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서 시장원리에 기반한 전력시장 개편 방안을 제안했다. 시장 다원화, 가격기능 강화, 경쟁 여건 조성 등 경쟁과 공정 원리에 기반한 전력시장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구체적으로는 기저·저탄소 전원 대상으로 계약시장을 개설해 전력시장을 다원화한다. 거래당일 5~15분 단위로 실시간 시장, 보조서비스 거래 시장을 도입한다. 산업부는 2025년까지 실시간 시장과 보조서비스 거래 시장 도입 개편을 완료할 계획이다.
산업부는 단계적인 가격입찰시장(PBP) 전환과 함께 판매사업자 등도 입찰하는 양방향 입찰제도 도입할 계획이다. 전력구매계약(PPA) 허용범위를 확대해 독점판매구조를 점진적으로 해소하겠다는 방안도 제안했다.
에너지 전문가는 산업부가 정책방향으로 제시한 전력시장 개편안들이 에너지 신산업을 활성화할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획일적 전력시장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도 논의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정부 방침과 같이 하루 전 시장에서 실시간 시장으로 바꾸고 보조서비스 거래 시장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원·기간·유형별로 전력도매시장을 다양화해야 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우리나라 전력도매시장은 SMP를 기준으로 설계돼 있는데 에너지원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한 예로 재생에너지는 현재 SMP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로 정산을 받고 있는데, 연료비가 없는 재생에너지가 SMP로 정산받는 것 또한 원리적으로는 맞지 않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에너지신산업을 제대로 활성화하려면 전력시장이 많이 바뀌어야 하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력도매시장 구조를 바꾸는 호흡으로 가야한다”면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SMP 상한제'는 영구적인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에너지원과 기간별로 거래 방식을 다양화하고, 거래유형도 다양화해 한전의 구입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