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에너지산업과 전력시장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립권한을 갖춘 규제위원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부 정책 결정을 '추인(追認)'하는 수준의 현행 전기위원회 독립성을 강화하고 규모와 위상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전기와 함께 가스요금까지 복합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강한 권한을 갖춘 규제위원회와 함께 계통감시 권한을 규제위원회에 넘기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새 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전기위원회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제시했다. 전기위원회 조직개편 등을 위한 연구용역 작업을 조만간 시작한다. 올해 하반기 연구작업을 시작한 이후에 내년에 전기위원회 등 규제위원회 개편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논의한다.

Photo Image

산업부 관계자는 “조만간 (용역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고 킥오프할 계획”이라면서 “내년에 (전기위원회 개편 관련) 구체적인 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산업부의 연구 작업을 시작으로 현행 전기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하고 역할을 확대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전기위원회는 위원장 1명, 상임위원 1명(에너지산업실장 겸임)과 비상임위원 7명(관련 업계 인사)으로 구성됐다. 전기위원회가 매달 열리면서 전기사업 허가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지만 전기요금 결정이나 전력시장규칙 개정 등은 정부에서 관련 안을 한국전력공사와 협의해 마련하고 전기위원회는 사실상 안을 승인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전력산업 구조개편 이후로 전력시장 개편 방향에 대한 논의와 연구는 활발했지만 규제위원회를 우리나라 전력산업 실정에 맞게 어떻게 개편할지에 대한 구체적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정부 작업을 발판으로 에너지 전문가들도 규제위원회에 대해 연구하고, 우리나라 특성에 맞는 규제위원회를 설립하기 위한 공론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조영탁 한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력도매시장은 그간 전문가들이 연구해온 부분들이 있는데, 규제는 정부에서 하고 있기 때문에 20년 동안 연구가 거의 안 돼 있다”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논의를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 우리나라 전력시장 구조에서는 전기와 가스가 연동되면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전기와 가스를 통합적으로 규제할 위원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G5로 볼 수 있는 미국, 영국, 일본, 독일, 프랑스는 모두 전기와 가스를 같이 규제하고 있다”면서 “(한 예로) 영국의 '오프젬'은 직원 400~500명 정도 근무하고, 붙박이 직원들이 시장감시, 배전과 계통 감독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이어 “금리를 금융통화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처럼 에너지 산업도 규제와 진흥이 분리돼야 한다”면서 “진흥은 부처에서 담당하되 규제는 별도의 규제위원회가 작동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에너지규제위원회 독립성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부서를 논의하면서 계통감시 기능 등 재생에너지 확대 등에 따른 기능도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교수는 “전기위원회 내에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전문 지원부서가 필요하고 계통감시기능을 전기위원회가 가져갈지도 논의해야 한다”면서 “아주 최악은 현행 전기위원회 구성에서 조금 개선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고, '빅스텝'을 취한다면 규제위원회가 계통 감시 권한을 가져가 계통 운영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