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동차 혹은 무인 자동차를 언제쯤 내가 일상에서 탈 수 있을까? 20~30년 전만 해도 자율주행차는 꿈의 자동차처럼만 느껴졌다. 어느덧 꿈은 현실이 돼 손 닿을 거리에 온 듯하다. 자율주행은 4차 산업혁명 단골 소재로 등장하며 우리 귀에 익숙해진 지도 10년은 되어간다. 지금쯤 자율주행차가 도심을 활보했을 법도 한데 도로에서 많이 볼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율주행 자동차의 보편화가 늦춰지는 원인과 넘어야 할 문턱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 자율차…어디까지 왔을까
전 세계 국가들은 자율주행 시대를 맞이하기 위해 어디까지 도달했을까. 국가 차원의 자율주행 준비 현황을 비교한 '2020 자율주행차 준비지수 보고서(AVRI)'에 따르면 △정책·입법 △기술·혁신 △인프라 △소비자 수용성 등 4개 부문, 28개 지표 평가에서 싱가포르가 1위를 차지했으며 네덜란드, 노르웨이, 미국이 그 뒤를 이었다. 한국은 전년도 대비 6단계가 상승했으나 7위로 평가됐다. 지표를 들여다보면 기술·혁신, 인프라 부문에서는 우위를 보였으나 정책·입법, 소비자 수용성에서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돼 성공적인 안착을 위한 법제도 보완이 필요한 실정이다.
자율주행 분야 최전선에 서 있는 상위권 국가들의 움직임은 어떨까. 1위 싱가포르의 경우, 자동차 이용 줄이기 정책인 '카라이트(Car-lite)' 정책 일환으로 대기오염 저감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자율주행을 위한 과감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모든 공공도로를 대상으로 자율주행차 시험 무대를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맞춰 탄소 배출 저감을 위한 유럽 국가들의 자율주행차 도입에도 가속도가 붙고 있다. 총점 2위를 얻은 네덜란드는 유럽 자동차 산업계와 연계해 자율주행차 파일럿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아끼지 않는 등 정책, 입법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3위 노르웨이도 수도 오슬로에서 현재 자율주행버스가 운행 중이며 이미 판매되는 차량의 50%가 전기차에 이를 만큼 친환경 자율주행에 필요한 여건이 최적화된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총점에서는 4위를 얻었으나 자율주행 관련 기업 본사를 420여개 보유하고 있으며 미시간주에는 최초의 자율주행 전용도로 건설을 진행하는 등 맹추격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시민65.4% “자율주행 안전하지 않다“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시는 인구밀도가 높은 대도시임에도 '자율주행 비전 2030'을 수립하고 스마트 입체 교통 도시를 달성하기 위해 전국 최초로 자율주행과 관련된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은 자율차 거점이 될 시범운행지구를 확대하고 이동 서비스를 상용화한다는 내용을 특징으로 한다. 청계천에 자율주행 버스 운행 계획을 마련하는 등 특히 대중교통 수단으로서의 자율주행 버스 제도 정착에 공을 들이고 있으며 나아가 서울시 전역에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도시 관리 서비스 도입을 계획하고 있다. 또 여객과 화물의 유상 운송이 가능한 상용화 거점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상암을 시작으로 강남, 청계천, 여의도 마곡 등 서울 전역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하면 300대 이상 자율차 운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율주행의 가장 큰 도전은 무엇보다 안전성 확보다. 자율주행차의 안전 주행을 보장하는 첫 관문은 도로교통 환경 구축이다. 또 보행자와 이륜차의 안전을 보장하는 기술 고도화도 필요하다. 최근 서울기술연구원에서 실시한 '자율주행 인식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자율주행자동차에 대한 인지도는 63.3%인 반면, 이용 의향은 34.4%로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도 65.4% 정도로 높은 편이다. 이는 자율주행 차량 사고 관련 해외 언론보도가 시민들이 의식에 부정적으로 녹아든 결과로 해석된다. 사용자 인식 개선과 사회적 수용도를 개선하기 위해 체험 기회를 확대하고 안전성을 높이는 기술과 제도적 장치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자율주행 관련 통계와 자료 공개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도 수반돼야 한다. 현재 국토교통부 산하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조사위원회'는 2020년 10월 출범 이래 자율차 사고 현황 및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내 자율차 사고 정보나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다수의 국내 관련 연구자들은 해외 자료에 의존하는 현실이다. 게다가 인명피해가 일어나지 않는 이상 자율차 사고 데이터를 경찰이 수집하기도 어렵다. 자율차 사고 발생 시 국토부 자율주행자동차 사고조사위원회와 경찰 역할 분담을 재검토하는 등 자율차 사고 조사, 처리, 책임 등에 대한 논의도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안전사고에는 필연적으로 제재가 따른다. 국내 자율주행차 개발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런 마당에 사고 발생에 감점을 부가할 경우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나 다양한 서비스 추진을 위축시킬 수 있다. 감점보다는 차라리 안전관리 적정성을 가점 요인으로 분류해 기술 고도화를 독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자율주행 관련 법제도…국가와 지자체가 함께 나서야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9년 12월 세계 최초로 주행시스템이 주로 주행을 담당하고 필요시에만 운전자가 개입하는 형태의 레벨3 자율주행차 안전 기준을 제정한 바 있다. 이후 국제 기준과의 정합성을 위해서 개정을 추진 중이나 속도는 더딘 편이다.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의 경우 2022년 5월 26일 안전 기준 개정에 대한 입법 예고가 있었다. 허가 요건이 일부 완화된 이후에도 임시 운행 허가 건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하지 않는다면 관련 제도가 현실과 겉돈다는 방증일 수 있어 추적이 필요하다.
이에 더해 자율주행 관련 법제 난립과 충돌 가능성도 경계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지원하려는 법 제도가 오히려 걸림돌이 돼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미래차 산업 관련 특별법' 제정안이 실효성 있으려면 기존 자율차 관련 법들과 상충할 가능성, 기업 활동에 악영향을 주는 '덩어리 규제'가 될 가능성은 없는지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 또 미래차가 단순히 산업계 이슈가 아닌 국가 이슈로 떠오른 만큼 민관이 함께 협력해 해외시장에 대응할 전략도 필요하다.
기존 '네거티브 규제' 대신 선 허용 후 규제 입법 방식의 '포괄적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도 검토해 볼 수 있다. 법률상 지자체 단체장 권한인 것부터 선제적으로 나서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관련 시조례 제정을 통해 자율차 여객 유상 운송에 대한 한정운수 면허 발급과 운영 및 재정지원 등에 대한 사항을 규정한 바 있다. 이렇듯 법제도 개선 이전 가능한 지원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것도 실질적 산업육성을 위한 유리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에 대한 재정 지원을 할 근거를 조례에 명시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실질적 산업육성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험, 연구 목적으로 활용 가능한 '임시운행허가제도'도 보완이 필요하다. 서울기술연구원이 진행한 기업인 인터뷰에 따르면 성능 시험관은 2~3명 정도로 인력이 부족한 현실이며 자율주행차 시험단지 K-City(경기도 화성) 외에도 자율주행을 시험할 수 있는 장소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지역 거점별 자율주행 테스트베드 구축이 더 확대된다면 점차 커지는 기술 수요에 맞는 기술 고도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생각보다 우리의 삶 가까이 다가왔다. 20년 전 미국 연수 때 정속주행만 가능한 크루즈컨트롤을 경험하고서 감탄했던 적이 있다. 이제는 앞차와의 거리 조절은 물론 차선주행까지 가능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에 대한 만족도가 증가되고 보편화되는 것이 단적인 예다. 그럴수록 자율차 안전 강화와 규제 완화 속도와 깊이를 고민해야 한다. 안전 관점에서는 규제를 강화해야 하고 주행 관점에서는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자율주행차 글로벌 패권 경쟁의 시대, 혁신과 규제 사이의 시소 타기에서 무게추는 이제 산업계가 아니라 국가에 있다.
임성은 서울기술연구원장 ych5534@sit.re.kr
<필자 소개>
임성은 원장은 서울시립대 대학원을 졸업하고 행정고시 출제·선정 위원, 서울특별시 연구실장 등을 역임했다.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국책연구원 평가위원를 거쳐 현재 서울기술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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