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대중교통 환승을 통해 몇 시간이면 수도권 내 어느 곳이든 도착하는데, 택배는 왜 그러지 못할까?”
이 같은 의문을 해결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주인공은 서울시 대중버스체계를 벤치마킹해 '대중물류망'을 개발한 브이투브이(vtov).
권민구 브이투브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기존 택배사와 차이점으로 물류 거점에 대한 접근방식을 꼽았다.
권 COO는 “서울시 버스 정류장은 10여명의 사람이 들어가면 꽉 차지만, 이러한 거점이 모여 하루 500여만명을 이동시킨다”면서 “서울시 내 소규모 거점을 다수 확보하고 차량 회전율을 높이는 데서 당일배송 실마리를 찾았다”고 말했다.
'연쇄창업가'인 권 COO는 이번이 세 번째 사업이다. 2년 전 물류 산업 가능성을 발견하고 1년여간 솔루션 구상 끝에 지난해 4월 서울대·카이스트 출신 정보통신기술(IT) 전문 인력을 모아 브이투브이를 설립했다.
기존 택배 시스템은 서울시 외곽의 대형 물류 창고로 화물을 모은 뒤 다시 서울 배송지로 운송한다. 택배사는 대형 창고 운영비가 소요되고, 소비자는 먼 거리로 돌아오는 시스템으로 인해 주문 1~2일 뒤 상품을 받는다.
브이투브이는 빨간(광역)버스, 파란(간선)버스, 초록(지선)버스 등으로 상징되는 서울시 대중버스체계를 택배 시스템에 적용해 화물이 먼 길을 돌지 않고 당일배송이 가능한 솔루션을 고안했다. 먼저 서울시 25개 자치구마다 한 개의 광역정류소와 지역정류소 네 개를 설치해 총 5개 물류 거점을 둔다. 이렇게 구축한 서울시 내 125(25×5)개 거점에 △광역 정류소와 광역 정류소를 잇는 '광역트럭' △광역 정류소에 도착한 물품을 구 내 4개 지역정류소로 분배하는 '지역트럭' △지역정류소에서 물품을 받아 동단위 노선을 돌며 최종 배송지에 배달하는 '라스트마일 트럭' 등 운송 시스템이 더해져 당일배송 솔루션을 완성한다.
대중물류망 핵심은 광역트럭 노선이다. 택배물은 광역 노선을 타고 배송지 소재 광역 정류소로 옮겨진다. 경우에 따라 두세 곳의 광역 정류소를 거치는 '환승'이 필요할 수 있다. 브이투브이는 지하철 2호선을 닮은 순환형과 3호선과 같은 관통형 등으로 노선을 구성, 무환승 50%, 1회 환승 48%, 2회 환승 2% 등 환승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했다.
대중물류망의 또 다른 강점은 대형물류창고 없이 대량의 택배물을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광역 정류소는 100~200평 남짓, 지역 정류소는 주차구역 3~4칸이면 충분하다. 주차장이 거점인 지역 정류소에선 차량에서 차량으로 바로 옮겨 실으면 된다. 사명대로 '차량 간 이동'(vtov·vehicle to vehicle)이 이뤄진다.
택배기사를 위한 편의성도 높였다. 자체 개발한 '시각화 지원 분류 시스템'(GAAS)은 택배물 QR코드를 스캔하면 넣어야 할 카트를 시각적으로 알려주고, 차량 뒷면에 부착된 QR코드를 찍으면 실어야 할 카트도 바로 확인이 가능하다. 카트 높이도 차량에 맞춰 허리를 숙이지 않도록 제작했다. 근무시간도 하루 8시간으로 현격히 줄어든다. 택배기사는 정해진 노선을 하루 4번 돌면 일과를 마친다.
브이투브이는 국토교통부 '디지털 물류 서비스 실증지원사업'을 통해 올해 3월 인천 송도국제도시에서 가장 먼저 실증을 시작했다. 이어 서울 강서와 강남 등에서 기술검증(PoC)을 진행 중이며, 하반기에는 서울 강북에서 실증할 계획이다.
브이투브이의 획기적인 시도에 유통은 물론 전자기기, 패션·의류 등 업계 기대가 쏠리고 있다. 이미 삼영물류, 패스트박스, 롯데글로벌로지스, 아이오앤코코리아(AIO&CO), 더블유쇼핑, NS홈쇼핑 등이 실증을 함께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10여개 업체와 실증할 예정이며, 내년 초 서울과 인천에서 대대적인 서비스 론칭을 준비 중이다.
권 COO는 “현재 국내에선 범용으로 이용가능한 제3자 당일배송 서비스가 부재한 상태”라면서 “대중물류망은 다른 당일배송 서비스 대비 가격경쟁력을 갖췄고, 택배 차량이 하루 네 번 노선을 돌기 때문에 오전뿐만 아니라 오후에 들어온 주문도 배송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브이투브이는 대중물류망을 서울 같은 대도시에 최적화된 시스템으로 구축, '메트로폴리탄(거대도시) 물류'를 표방한다. 물류 밀집도가 높아야 차량 회전율 역시 늘어나고 효율성이 커져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권 COO는 “현 시스템 최대치인 일일 100만개 배송을 달성하면 부산 등 다른 대도시로 영역을 넓힐 계획”이라며 “나아가 뉴욕, 런던, 싱가포르 등 해외 대도시로 진출하겠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