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점심은 없다.”(There i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1975년에 발간된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저서 제목이기도 하다. 사실 누가 처음 사용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유행어로 만든 이는 분명 프리드먼이다.
이것엔 꽤 흥미로운 배경이 있다. 오래전 미국 술집에선 술을 주문하면 햄·치즈·크래커 같은 간단한 먹거리를 내놓았다. 하지만 염분이 잔뜩 들어간 이것들은 먹고는 목을 축이기 위해 맥주를 추가로 주문하고는 했다. 밥값은 안 냈지만 술값은 더 내게 되었으니 결국 공짜는 없는 셈이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로 불리는 이것은 유행어가 되었다. 기업에는 꼭 수용해야만 하는 뭔가가 되고 있다. 하지만 자칫 비용이 들어가고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그러니 웬만한 기업은 현상 유지나 다른 기업 눈치를 보는 것 외 도리가 없다.
이것의 옹호자는 ESG를 기업의 사회적 책무로 본다. 그렇기에 비용이 수반될 수 있지만 수행되어야 하고, 그 결과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짙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과도하고 자칫 의미없이 수행한다면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선택지는 단지 이들 두 가지 뿐일까. 혁신은 이것에 어떤 대안을 제안할 수 있을까. 이걸 따진다면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어느 잡지에 짧은 기고문을 싣는다. 엄격한 환경 규제가 미국 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학자들의 주장은 근시안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이것으로 학계는 엄청난 논쟁에 빠져들었다.
심지어 어느 학술지에 양측의 주장을 앞뒤로 나란히 싣기도 했다. 포터 교수는 “기업은 혁신을 통해 규제의 부정적 영향과 비용을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먼저 미국 산업들을 보라고 말한다. 환경 규제가 가장 심한 산업들이 정작 경쟁력이 높지 않은가. 또 환경을 의식하는 기업의 성장이 오히려 더 빠르기도 하다.
하지만 주류학자들은 이런 포터의 주장에 '공짜점심'이라는 프리드먼의 유명한 구절을 인용해 비판한다. 논리적이지 않고 근거도 없다는 것이었다. 포터 교수가 제시한 기업 사례는 일반화될 수 없다고 한다. 몇몇 기업은 혁신해 내겠지만 그들은 소수의 승자일 뿐 많은 기업은 짐을 지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혁신 관점에서 ESG를 본다면 두 가지만큼은 명확해 보인다. 이것을 외면하거나 하는 척만 한다면 최선의 결과는 현상유지일 테고, 점점 경쟁우위나 수익성은 하락할 것이다. 다른 방법은 이것으로 혁신을 시도하는 것이다.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만일 당신이 물류기업이라면 ESG를 혁신의 지렛대로 사용하는 전략이 제격이다. 온실 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연료 사용을 줄여야 할 것이고, 그럴 수 있다면 기업의 수익 목표에도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월마트가 대량 배송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개선한다면 낱개 배송을 하는 아마존에 비해 장기적으로 경쟁우위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혁신을 통해 ESG에 수반되는 어려움과 비용을 극복할 수 있을까. 포터 교수는 이런 과정을 혁신을 통한 상쇄라고 부르기도 했다. 분명 모든 기업이 승자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바른 전략과 조금의 행운이 있다면 몇몇 기업은 이 좁은 통로를 찾아낼 수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