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하루 2명 노동자가 퇴근하지 못하고 산업 현장에서 숨졌다. '최고경영자(CEO) 형사처벌'이라는 강력한 조치도 올 상반기 노동자 320명의 산업재해 사망을 막지 못한 것이다. 법으로도 끊어내지 못하는 사망사고. '산재 제로(0)'에 사물인터넷(AIoT) 기술을 앞세워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 무스마다.
2017년 설립한 이 회사는 건설·중공업·중화학 등 대형 산업 현장에 사고 예방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산재 예방 메커니즘은 의외로 간단하다. 위험을 감지하고 이를 작업자에게 알리는 게 핵심이다. 무스마는 △위험을 감지하는 센서 △위험을 전파하는 무선통신 △종합 모니터링 플랫폼 '엠카스'(MCAS)로 구성된 솔루션을 통해 산업 현장의 안전을 개선하려 노력하고 있다.
신성일 무스마 대표 “센서 개발에 집중한 다른 회사와 달리 무선통신과 플랫폼 등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면서 “인프라를 확보했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센서 솔루션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스마는 크레인 충돌 방지부터 개발했다. 2017년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800t급 크레인이 이동하면서 근처에서 작업하던 다른 크레인과 충돌하는 사고로 크레인이 흡연실과 화장실로 떨어져 직원 6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센서를 통해 크레인 사이 거리를 자동으로 연산, 충돌위험을 단계적으로 경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 시스템은 현장에서 호평을 받았고 입소문이 났다. 그렇게 알려지기 시작한 회사는 크레인에서 더 나아가 △중장비 끼임 △밀폐공간에서 질식과 화재 예방 △작업자 출입 관리 등 대형 산업 현장에서 필요한 주요 안전 관리로 영역을 확장해왔다. 통신과 플랫폼을 구축했기 때문에 화재 감지 센서를 달면 화재 사고 예방을, 추락 방지 센서를 부착하면 추락 방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무스마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내 대형 중공업사와 건설사 등 30여개가 넘는 고객사를 확보했다.
무스마는 소규모 사업장을 중심으로 안전 솔루션 도입에 힘쓰고 있다.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이 비용 등의 문제로 안전 관리에 소홀할 수 있어서다. 실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 사망자 80.9%가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 발생했다. 신 대표가 중소기업의 안전 솔루션 수용성 제고에 주력하는 것도 산재를 줄이는 핵심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선 비용을 낮추기 위해 작업자의 스마트폰, 현장 CCTV 등 기존에 있는 기기를 최대한 활용한다. 그는 “안전 시스템이 정수기처럼 구독형으로 사용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유지 관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소규모 현장에 심어주려 한다”면서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장비를 임대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전은 타협할 수 없는 가치임에도 소규모 현장에선 비용이 많이 들고 생산성도 떨어지는 인식이 크다”면서 “안전 솔루션에서 나오는 데이터를 산업에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산재 예방 솔루션은 시작에 불과하다는 게 무스마의 설명이다. 수집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업 현장의 디지털화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신 대표는 “안전 관리를 위해 현장에서 수많은 데이터가 축적되고 있다”며 “구매,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부가가치가 높은 데이터를 제공하는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