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첨단기술 보호에도 전문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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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시간 한 가지 일에 매진하여 그 분야에서 상당한 지식과 경험을 쌓은 사람을 흔히 전문가 또는 장인(匠人)이라고 부른다. 대장장이 가운데 이런 장인의 경지에 오른 사람을 야장(冶匠)이라 한다. 야장의 철 제품에는 미세한 물결무늬가 있다. 쇠붙이를 접고 두드리기를 반복하다 보니 생겨난 것인데 마치 누가 그려 넣은 것처럼 아름답기도 하지만 야장의 땀과 노력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점에서 신기하기도 하다.

야장의 풀무질·담금질·망치질 하나에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고민의 흔적이 묻어 있다. 우리는 그 흔적을 보며 전문가의 길이 얼마나 어려운지 어렴풋이나마 가늠하게 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생활 속에서 전문가라는 말을 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가 않다. 간단하게 '전문가'라는 키워드로 인터넷 검색만 해보아도 경영컨설팅전문가·금융전문가·법률전문가, 심지어 숙면을 도와주는 수면전문가까지 그야말로 전문가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간에서 바라보는 특허청에 대한 시각은 한마디로 말하면 '전문가 집단'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른바 전문가라 불리는 분야별 박사·변리사·약사·기술사·변호사 등의 인력이 가장 많이 근무하는 부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상적으로 알고 있던 특허청의 전문적 기능 외에도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와 특허·디자인 분야 심사 및 심판 경험으로 무장한 또 다른 전문가들이 우리나라의 기술 보호를 위해 애쓰고 있다. 바로 특허청 '기술경찰'이 그들이다. 작게는 개인의 특허·영업비밀·디자인과 같은 기술에 관한 권리 보호부터 크게는 국가의 명운이 달린 최첨단 기술에 대한 보호까지 글로벌 기술 패권 시대에 없어서는 안 될 기술 지킴이다. 특히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기술 유출 피해는 504건, 피해액은 무려 21조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국가 핵심 기술의 해외 유출 적발 사례는 111건으로 국가 안보 및 경제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어 기술경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기술경찰은 3년 전 5명의 팀 단위로 수사업무를 시작한 이후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인 지난해 7월 특허권·디자인권·영업비밀 침해를 전담하는 22명 규모의 수사과로 확대·개편됐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국가 전체 특허권·디자인권·영업비밀 침해 사건의 12.9%에 해당하는 173건의 사건을 처리했는데 불과 3년의 수사 경험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것이다.

지난해 개편 당시 수사관 전원을 특허·실용신안·디자인 심사 및 심판 경험자로 선발했고, 그 가운데 절반은 박사·변리사·약사·변호사 등으로 채웠으니 이른바 기술전문가로만 수사팀을 꾸린 것이다. 이는 전문가 집단인 특허청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기술경찰에도 앞으로 보완해 나갈 부분은 있다. 형사절차 및 디지털포렌식 등 수사 역량을 강화하고, 국가핵심기술 보호를 위한 인지·기획 수사 비중을 늘려야 하며, 이를 위한 수사 인력 보강도 필요하다.

전문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야장이 쇠붙이를 대하는 마음처럼 스스로 치열하게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작은 물방울이 떨어져서 바위에 구멍을 내듯 인고(忍苦)의 시간과 다채로운 경험을 바탕으로 기술 지킴이로서 진정한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기술경찰이 노력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이인실 특허청장 islee426@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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