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스마트 물류 전환, 규제개선과 정책지원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세계 8위 무역 강국으로서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장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병목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사상 최단기인 299일 만에 무역 1조달러를 달성한 바 있다. 이에 반해 국민경제의 대동맥 역할을 담당하는 물류경쟁력은 선진국 대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이 발표하는 글로벌 물류성과지수를 보면 한국은 23위에 불과하여 독일(1위), 일본(7위) 등과 비교했을 때 물류 경쟁력이 크게 뒤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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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근무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장.

이 지표는 평가 기준을 통관, 인프라, 국제운송, 물류의 질과 역량, 물류 추적 및 이력관리, 정시성으로 하는 가운데에서도 화물 국제운송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항은 국내 수출입 컨테이너 물동량의 75%를 담당하는 세계 7위 컨테이너 허브이지만 항만의 인프라 수준을 나타내는 자동화, 기술적 수준 등은 중국(상하이, 청도), 싱가포르, 독일(함부르크) 등에 비해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물류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내적인 여건도 좋지 않다. 물류산업은 다른 어느 산업군과 비교해도 가장 영세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물류업(운수 및 창고업)은 5인 미만 사업체 비중이 가장 높은 업종으로, 94.2%에 이른다. 그동안 정부는 물류를 국가경쟁력을 뒷받침하는 중추 산업으로 인식하지 않고 제조업 지원 산업으로만 인식, 정책적 지원도 미흡했다. 전기요금도 제조업에 대해서는 산업용 요금을 적용하지만 중·소규모 물류창고에는 일반용을 적용한다. 외국인 고용의 경우에도 제조업은 업종 구분 없이 가능하지만 물류산업은 특정 업종에서만 제한적으로 고용할 수 있다.

이런 어려운 여건에서도 비대면의 일상화에 따른 소비패턴의 급격한 변화와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에 힘입어 물류산업도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DHL, UPS 등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로봇 등을 적용하는 로지스틱스 4.0으로 이미 전환하고 있다. 아마존, 나이키 등 글로벌 유통·제조기업들은 적극적인 물류산업 진출을 통해 산업 간 융합과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세계가 인정하는 ICT 강국으로, 물류산업의 스마트화를 선도할 내부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물류산업의 스마트화를 위해서는 아직 많은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이에 스마트 물류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세 가지 정책 대안을 제시한다.

첫째 소비성향의 급속한 변화와 물류산업의 스마트화에 어울리지 않는 규제는 합리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최근 물류기업은 이커머스 기반의 풀필먼트 서비스를 통해 신선 배송 등 즉시 배송가능한 서비스 구축에 노력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서비스를 위해서는 도심 내 소형 물류거점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현행법상 물류시설은 근린생활시설 입주가 불가능하다. 낡은 규제를 근거로 무조건 못하게 할 것이 아니라 입주가 가능한 시설의 규모, 운영 형태 등에 조건을 둬서 제도가 합리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이러한 도심 내 물류시설에 대한 입지규제 해소 없이는 소비자의 편의를 높일 수도 물류산업의 스마트화도 기대하기도 어렵다.

둘째 최근 산업 전반에 걸친 스마트화에 물류산업도 뒤처지지 않고 기술개발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센티브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조세특례법상에서 규정하고 있는 신성장·원천기술 대상에 입출고·피킹작업 자동화 기술과 같은 스마트물류 분야를 신설하고 세제 혜택을 적용해야 한다.

셋째 국가전략 차원에서 물류정책 방향을 스마트화에 집중해야 한다. 첨단기술을 적용한 스마트 물류센터, 항만터미널 등 신물류 인프라 구축에 대한 정부지원 예산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물류를 산업 경쟁력의 핵심으로 생각하고 정책적으로 육성하는 인식의 전환이 시급하다.

장근무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장 keunmoo@korcha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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