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문화체육관광부는 리뎀션 게임(점수보상형 아케이드 게임)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리뎀션 게임은 점수 등을 모아서 원하는 상품을 교환하는 방식의 게임이다. 해외에선 게임시설은 물론 식당가, 놀이공원 등에서 리뎀션 게임을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2007년 이후 법으로 금지되었다가 이번에 시범 운영되기까지 15년이 걸렸다. 사행성 규제에만 초점을 맞춰 관리되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P2E 게임도 이러한 과정을 밟을지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P2E란 Play to Earn의 약자다. 이용자가 게임을 하면서 획득한 재화나 아이템을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자산으로 활용하는 모델을 의미한다. P2E 게임은 이미 글로벌 게임 시장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단적인 예로 베트남 게임 회사 스카이마비스는 P2E 게임 '엑시 인피니티' 하나로 기업 가치가 2021년 기준 30억달러(약 3조5000억원)로 커졌다.
그러나 이러한 P2E 게임을 한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다. 현행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제32조는 게임 내 결과물을 현금으로 전환하거나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전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행위를 '사행행위'로 규정하고 이의 유통을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이를 근거로 P2E 게임이 사행성 게임물에 해당한다는 판단에 따라 P2E 게임에 대한 등급분류를 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P2E 게임에 대한 국내 서비스는 허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국내 게임 업계는 현 정부에 대해 P2E 게임에 대한 규제개혁을 기대했지만 정부가 지속해서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함에 따라 국내 서비스를 포기하고 해외 시장 진출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러한 P2E 게임의 대표적인 회사 가운데 하나는 위메이드다. 위메이드는 2021년 8월 P2E 게임 '미르4'의 서비스를 시작해 동시접속자 100만명 돌파라는 흥행 기록을 썼다. 나아가 위메이드는 올해 하반기까지 자사 블록체인 생태계 '위믹스'에 100여 개의 블록체인 게임을 온보딩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가운데 국내 서비스가 예상되는 게임은 없다. 이는 국내 대표 게임사인 크래프론·컴투스·펄어비스는 물론 3N으로 불리는 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등도 역시 마찬가지다. P2E 게임이 국내 게임 업계에 대세지만 규제가 국내 게임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 게임산업법을 통해 사행성 게임물을 규제한 이유는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게임물로 인하여 도박 중독 등 사회적 부작용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P2E 게임은 모양만 바꾼 슬롯머신에 불과한 바다이야기와 생태계부터 완전히 다르다.
P2E 게임 핵심은 바다이야기와 달리 환금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P2E 게임의 본질은 이용자가 게임을 즐기면서 획득한 결과물을 직접 소유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이러한 소유권을 온전히 보장하기 위해 게임 내 재화를 가상자산과 연동해서 현실 세계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 게임산업법은 아직도 이를 사행성이라는 낡은 틀로만 규정하고 있다.
물론 P2E 게임 허용에 앞서 P2E 모델을 적용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하여 모든 게임 사업자는 도덕적·법적 책임과 재무 건전성, 게임 이용자의 재산권 인정에 대한 서비스 이용약관 개정 등 실질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도 P2E 게임을 시범적으로 허용하고, 그 과정에서 사행성 등 우려되는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거나 필요한 경우 규제 샌드박스를 추진하는 등 혁신에 발빠르게 발 맞춰 갈 필요가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1년 하반기 및 연간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게임은 전년 대비 15.2% 증가한 약 94억4000만달러(12조원) 실적을 거두며 수출 성장을 견인했다. 이는 전체 콘텐츠 수출의 69.5%를 차지하는 규모다. 게임은 이미 단순한 놀이를 넘어 문화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정부는 이러한 흐름을 거슬러 P2E 게임을 원칙적으로 금하고 있지만 이미 가상사설망을 통해 누구나 P2E 게임 접속이 가능한 만큼 오히려 규제개혁이 그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20년 전 바다이야기에서 벗어나 한국 게임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적합한 방향을 제시하여야 할 것이다.
이원석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wonseoklee@yulcho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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