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에 보는 과학뉴스]<27>한약 추출물로 혈전 치료제 개발

의학 발달과 생활수준 향상, 환경 개선 등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인간의 평균수명이 높아지고 있다. 수명 향상과 함께 고령화 사회로 전환하는 데 국내는 다른 나라에 비해 급격히 바뀌는 중이다. 이에 따라 노인 보건문제가 정책 과제로 언급될 만큼 중요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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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동맥 내부에 혈전이 생성되는 시간이 대조군에 비해 E20을 투여한 실험군에서 약 2.2배 늦춰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세계 사망 원인 1위는 심혈관 질환으로 돌연사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령화 사회 전환에 맞춰 순환기계통 질환(심혈관 질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1년 기준으로 10년 전인 2001년에 비해 46.6%나 늘었다.

심혈관 질환 치료법으로는 외과적 치료와 약물 치료를 병행하지만 외과적 시술 이후 재발률이 높아 지속적인 약물 복용이 필수다. 심혈관 질환의 주요 원인 병증인 혈전증도 약물이 주된 치료방법으로 처방되지만 현재 처방되는 항혈전제는 전신성 출혈, 위장 질환 등 부작용을 내재하고 있다. 따라서 안전성을 확보하고 효능이 우수한 항혈전제 개발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혈전 형성을 약 92% 억제하고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혈소판 활성화를 약 54.5% 낮추는 한약재 추출물 신소재를 개발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원장 이혜정) 한의기술응용센터 마진열 박사팀은 혈전 생성을 92%까지 억제하는 신소재 ‘E20’과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혈소판 활성화를 약 54.5% 낮추는 신소재 ‘W197-C1’을 개발했다.

동물실험에서 연구팀은 실험쥐를 실험군과 대조군으로 나눠 실험군에는 매일 1회씩 총 5일간 E20을 경구투여했으며, 대조군에는 아무런 처치를 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실험군과 대조군의 혈액을 채취해 혈소판 응집 유도물질을 각각 투여한 결과 대조군에 비해 E20을 투여한 실험군 혈소판 혈액 응집능력이 약 92%까지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어 실험군과 대조군 경동맥 외부 표면에 상처를 유발시켰다. 경동맥 내부에 혈전이 생성되는 시간을 확인한 결과 E20을 투여한 실험군이 대조군에 비해 약 2.2배 늦춰진 것을 확인했다. 이는 E20이 혈소판 혈액 응집을 막아 혈전 생성을 억제시키는 것이다.

연구팀은 또 다른 한약재 추출물 W197-C1으로 세포실험(in-vitro)을 실시한 결과 아무 처치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혈소판 내 수용체 활성이 약 54.5% 낮아지면서 수용체와 콜라겐 결합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W197-C1이 혈소판 내 수용체 활성을 억제하고 혈소판 응집 활성을 낮춰 혈액의 응고를 억제하는 것이다.

신소재는 선급실시료 1억2000만원과 경상실시료 순매출액 3%에 한국전통의학연구소로 기술이전했다. 한약재 기반 항혈소판 제제는 안전성을 확보한 기능성 제제로 천연물 신약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구결과가 상용화되면 항혈전제 시장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항혈전제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228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며 국내 시장규모는 약 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된다. 현재 고령화 추이를 감안하면 항혈전제 시장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오는 2019년에는 약 6161억원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진열 한의학연 책임연구원은 “이번 신소재는 이미 안전성이 입증된 한약재를 기반으로 개발했고 실험을 통해 항혈전제 효능까지 입증한 만큼 상용화까지 기간이 단축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향후 항혈전제 시장에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