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첨단무기 지원 요청을 받아들이는 서방 국가들의 속내가 갈수록 복잡해진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난 2월 시작된 전쟁은 7월 현재 5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미국 및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최전선의 병력 사정이나 자국의 국방력 유지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점차 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최신 무기를 전달받는다고 해도 사용법을 익히는 데 1~2주가 필요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훈련을 위해서는 우크라이나 동부 방어선의 주축인 최정예 포병이 자리를 비워야 한다. 최신 무기 지원 탓에 오히려 우크라이나군의 방어력에 공백이 생기는 셈이다.
미국 상원 군사위원장인 민주당 잭 리드 의원은 NYT에 “이런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지란 없다. 최정예 포병을 1∼2주 훈련해서 돌려보내는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이 방법이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가운데 서방 국가가 자국의 무기고 상황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적극적인 지원을 주저하게 하는 요소다.
미국은 올해 우크라이나에 76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무기를 지원했다. 재블린 미사일 6500발, 155㎜ 곡사포 126문,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8문 등 첨단무기가 포함됐다.
특히 사거리가 길고 정확도·파괴력 등이 높은 하이마스는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는다. 올렉시 레즈니코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최근 트위터에서 하이마스 덕분에 전장에 '엄청난 차이'가 생겼다고 전했다.
문제는 이런 무기가 신규 생산분이 아닌 비축 물량이라는 점이다.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계속했다가 무기고가 바닥나 국방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은 앞으로 하이마스 4문 이상을 추가 지원할 방침이다. 하푼 대함미사일, 위치정보시스템(GPS) 유도 방식의 스마트포탄 엑스칼리버 등도 우크라이나로 전달될 예정이다. 영국과 독일도 유사한 무기체계를 우크라이나로 보낸다는 방침이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싸우기 위해 하이마스와 유사한 무기 300문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미 국방부 출신 인사도 NYT에 “러시아를 완전히 저지하려면 적어도 60∼100문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양민하 기자 (mh.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