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디지털전환(DX; Digital Transformation) 시대다. 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클라우드·디지털트윈 등 첨단 기술이 다양한 형태로 스마트팩토리에 접목되고, 특히 메타버스 기술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향으로 제조 DX를 촉진하고 있다.
DX의 결과는 제조업 '완전 자동화'다. 이미 글로벌 대기업은 AI 로봇으로 인력을 대체하고 스마트팩토리, 공정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이용해 최소 인력 투입으로 최적의 공정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제조 현장은 여전히 인력 투입을 완전히 배제한 '완전 자동화' 실현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섬세한 감각이 필요한 작업, 자동화 설비 정비와 진단, 숙련 노하우에 의존하는 세부 기술 등은 여전히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다. 완전 자동화 과정에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거나 적은 인원으로 인한 업무 과중, 기술 도태, 중소기업·대기업 간 양극화 등 사회·경제적 문제도 있다. 더 복잡해지고 대형화된 스마트팩토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그 원인을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소수 인원으로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인 것도 현실이다.
필자가 주목하고 있는 해결책 가운데 하나는 '휴먼 어시스턴스' 개념의 메타버스 활용이다.
로봇과 달리 사람은 기억력, 인지능력 등에서 불가피한 한계를 안고 있다. 제조 현장의 수많은 부품과 설비 정보를 일일이 다 외울 수도 없고, 작업 도중에 실수도 나온다. 또 다양한 공정에 투입하려면 사전에 충분한 교육훈련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을 '사람을 돕는' 방식의 메타버스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면 제조 현장에서 기계와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 구현에 최고의 솔루션이 될 수 있다.
휴먼 어시스턴스 메타버스 기술을 도입하면 현장 작업자는 수많은 부품과 설비를 일일이 다 외우지 않아도 된다. 스마트 디바이스와 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이미지, 영상, 2D·3D 도면, 웹사이트 등 멀티미디어 데이터를 현장 실제 공간에 가시화해 필요 정보를 실시간 확인하면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품 위치, 경로 안내, 재고 관리 등 위치공간 데이터를 활용하면 부품 픽업에 따른 실시간 재고 관리를 비롯한 각종 세부 작업도 가능하다. 자주 사용하지 않는 설비에 디지털 트윈 가상 모델을 구축하면 자원 소모 걱정 없이 어디서든 가능한 실감형 교육훈련 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매번 출장을 다니지 않아도 원격지에서 확장현실(XR) 영상통신 기술로 현장을 확인하고 문제를 찾아 정비할 수 있다.
이처럼 '휴먼 어시스턴스' 메타버스는 '휴먼에러'를 줄이는 솔루션이자 기계와 사람이 제조 현장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이다.
휴먼 어시스턴스 메타버스 성공은 기업·기관·정부의 관심과 역할에 달렸다.
메타버스 열풍으로 수많은 기업·기관·정부가 경쟁적으로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을 추진한다. 문제는 표준화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산발적 성격이 강하다 보니 각 기술과 사업 간 상호 연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업과 정부 간 협력 아래 표준화 작업을 조속히 이뤄내야 한다. 아직 국제 표준화가 명확히 이뤄지지 않은 만큼 우리나라 표준이 국제 표준이 될 수 있도록 목표를 상향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관련 산업은 초기 단계이고 다수의 중소중견 제조사는 메타버스 도입에 비용 부담이 있다. 정부·기관은 관련 세미나 개최, 정보 제공 등을 통해 인식을 개선하고 현장 실증 및 구축에 관한 중장기 지원과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
앞으로 '휴먼 어시스턴스'뿐만 아니라 획기적이고 다양한 방안이 끊임없이 등장해서 제조업 완전 자동화를 가속할 것이다. 이러한 획기적 방안의 종착점은 사람과 기계 공존이 가능한 제조 현장이라는 점도 잊지 않아야 한다.
현실과 가상, 국내와 해외, 기업과 고객의 경계를 넘나들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제시하는 세상이 메타버스다. 수많은 가치를 공유하고 구현하는 한국 메타버스 제조업을 기대한다.
노진송 익스트리플 대표 master@extri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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