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業의 경계 종말에 대한 대응 시급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비대면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전환과 4차 산업혁명 기술 확산에 따라 업 간 경계가 무너지는 현상이 가속되고 있다.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면서 '융합'과 '초연결'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의 산업정책과 우리 기업의 전략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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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쇼핑기업 아마존과 포털기업 네이버 간 정체성은 이미 모호해졌다. 핀테크,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비서 등 금융·제조·자동차 및 각종 서비스 분야에서 업종 구분을 넘어서는 상품과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 업종 간 경계가 종말을 향해 빠르게 돌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기업들의 대응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전자와 엔터테인먼트 회사 소니가 기존의 기업 강점을 활용해 전기차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동차 산업의 경계, 전자산업과 엔터테인먼트 산업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이다.

업의 경계 종말 현상은 코로나 이전부터 예견됐다. 2016년에 출간된 딜로이트 컨설팅의 '경계의 종말'이라는 책에서 전 세계 산업은 디지털전환으로 인간과 기계, 생산자와 소비자,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 등 세 가지 경계가 와해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경계의 와해는 새로운 산업의 역동성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산업 간 경계가 사라지는 혁명은 과거 20여 년 전의 인터넷 혁명과 10여 년 전의 모바일 혁명에 이어 현재 진행형인 4차 산업혁명의 파괴적 변화만큼이나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예측된다.

빅블러(Big Blur)는 '경계융화가 일어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좀더 구체적인 정의는 소비자 역할, 기업 관심사, 서비스 역할, 비즈니스 모델, 산업 장벽, 경쟁 범위의 6가지 측면에서 동시다발적인 힘이 작용하며 생산자-소비자, 소기업-대기업, 온오프라인, 제품 서비스간 경계융화를 중심으로 산업·업종간 경계가 급속하게 사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2013년 '당신이 알던 모든 경계가 사라진다(조용호 저)'에서 최초로 제시됐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 비즈니스모델 대충돌을 일으키는 현상이라는 맥락으로 설명되고 있다.

필자는 지금이 바로 역동적 변화의 가속도가 증가하는 시점이고, 산업의 체제 전환 시대에는 거대한 위협과 기회가 동시에 제공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를 제안한다.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강자 기업의 경우라도 빠르게 입지가 약화할 것이기 때문에 후발주자나 신생 기업에는 추격을 위한 '기회의 창'이 열릴 수 있을 것이다. 카카오뱅크, 토스와 같은 인터넷 기반 신흥 핀테크 기업의 급성장은 전통 금융업에 큰 도전이 되는 동시에 기존 금융 산업과 관련 기업에 디지털전환에 따른 새로운 큰 도약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한편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업의 종말' 시대에 대응하는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전통적인 업종 중심의 정책 패러다임을 고수할 경우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변화의 걸림돌로 작동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국내외 업의 경계 종말 현황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토대로 관련 법·제도 한계 및 정부 지원 정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특히 기술개발 지원 정책과 규제 관련 현황을 조사해서 산업 변화를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가는 정책적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다시 말해 업의 경계가 무너지는 현 상황에서 전통 업종 중심으로 추진되는 산업기술 연구개발 지원 정책의 대응 역량에 한계가 없는지를 살펴보고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산업 및 기술 진흥 정책 거버넌스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는 융합돼 발생하는 새로운 업종에 대한 기준과 규제에 선제적 또는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산업의 역동적 변화를 제도나 규제가 발목을 잡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규택 산업통상자원 R&D 전략기획단 신산업 투자관리자(MD) gtlee@os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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