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대통령의 한마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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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반도체 인재 양성을 강력하게 주문하며 교육부가 수도권 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부는 규제 해소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수도권 지역에 반도체 인재 양성 관련 특례를 예고했다. 교육부 전 직원은 물론 각 대학에서 반도체 산업을 공부하고 있다.

서울대는 학사위원회 차원에서 반도체 계약학과 신설을 논의하고 있다. 그동안 전례가 없어 기업 채용 전제의 계약학과 설치가 어렵다는 분위기에서 산업계의 요청에 반도체 계약학과 설립이 급물살을 탔다. 수도권 대학 중심으로 반도체학과 신설 등을 논의하며 정원 확대에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파장이 크다. 정책은 물론 산업, 대학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하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먹거리산업 문제와 해결책이 번갈아 가며 처방된다. 어떤 정책은 입시와 진로 방향부터 바꾸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교육 불공정성 논란이 커지면서 대통령이 직접 대학 입시 제도에서 정시 전형 확대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는 당시 수시 및 정시 비율 조정이 없을 거라던 교육부 방침과 다른 방향이었다.

2019년 10월 시정연설로 공식화된 정시 확대가 적용된 것은 올해 입시부터였다. 학사 개편, 정원 확대 등 내용이 신입생 모집에 반영되려면 최소 2년이 걸린다. 반도체학과는 교수진과 실험실 환경 지원도 필요하다. 반도체 학과 인원을 늘린다고 학생이 저절로 반도체 산업에 취업하는 것은 아니다. 전기, 전자, 물리, 화학 등 관련 학과나 공학계열에서 인재가 배출되지만 반도체 산업으로 모두 취업하지 않는다. 채용을 전제한 계약학과가 아니라면 어떤 학과를 졸업하든 졸업 이후 진로는 학생의 몫이다. 채용 전체 계약학과가 한 해 보장하는 인력 숫자도 학과당 수십 명 정도다.

현재도 일부 대기업에만 인재가 몰리고 당장 수천억원 규모의 중견 반도체 기업도 인재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 벤처기업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젊은 구직자에게 경기도 외곽이나 지방의 낯선 반도체 기업은 선뜻 가고 싶은 취업처가 아니다. 공학계열을 전공한 학생 중 일부는 높은 연봉과 서울 근무를 보장하는 디지털 기업으로의 취업을 위해 코딩 교육을 다시 받고 있다. 과거 산업화 시절 인재 공급만으로 해결하기엔 사회 변화가 빠르고 복잡해졌다. 정부의 해결방안은 이러한 사회 변화까지 고려해서 준비해야 한다.

얼마 전에 만난 한 교사의 당부가 기억난다. 교육 현장에서 수십년 일한 그는 정부를 향해 단기 정책과 장기 정책을 구분해서 전달해 달라고 요청했다. 교육 정책은 직접적으로 교사, 학생, 학부모에게 영향을 미친다. 대통령의 말과 함께 교육부가 귀담아들어야 할 조언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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