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슈퍼컴퓨터를 개발하는 글로벌 빅테크의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고도화한 AI로 방대한 계산을 빠르게 처리하면서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의 슈퍼컴퓨터 경쟁 무게 중심이 AI 특화형 모델로 이동했다고 보도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3월 개최한 AI 개발자 온라인 콘퍼런스에서 올 하반기에 새로운 슈퍼컴퓨터 '이오스'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닛케이에 따르면 이오스의 범용 계산 속도는 일본이 보유한 슈퍼컴퓨터 '후가쿠'보다 느리다. 하지만 AI를 활용해 성능을 극대화했다. 닛케이는 AI의 이론적 계산 속도가 1초에 약 1800경회인 것을 고려하면 후가쿠보다 빠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엔비디아는 이오스에 자사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4600여개를 탑재, AI 계산 속도를 기존 슈퍼컴퓨터 대비 최대 30배 끌어올렸다. 이를 사내에서 바이오, 기후변화 등 다양한 연구에 활용할 계획이다.
구글은 지난달 진행한 개발자 회의에서 미국 오클라호마주 소재 최첨단 데이터센터에 1초에 900경회 계산이 가능한 AI 기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계산 능력이 초당 100경회 이상인 AI 슈퍼컴퓨터 8대로 클라우드 플랫폼을 운영하며 다양한 리소스를 제공하고 있다. 닛케이는 구글이 검색 엔진 정밀도 향상, 음성 AI, 자동 번역 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필수 연구 기반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도 독자 기술로 AI 학습 전용 칩을 개발했다. AI가 이미지, 언어 등을 학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기존 GPU 대비 처리 성능을 높였다. 현재 일부 기업에 시험 제공하고 있으며, 연내 클라우드 플랫폼에 본격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닛케이는 그동안 슈퍼컴퓨터가 국가 과학기술력을 상징했지만 AI가 보급되면서 민간기업이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빅테크들이 AI를 기반으로 슈퍼컴퓨터 성능 경쟁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