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광주사업장 출입 통제 겪어
LG, 항만에 해외생산 제품 '꽁꽁'
캐리어, 일주일째 항구 물류 멈춰
위니아, 재고 바닥에 공급난 우려
민주노총 화물연대 총파업이 8일째 이어지면서 가전 업계의 피해가 현실화했다. 에어컨, 에어서큘레이터 등 성수기를 앞둔 여름 가전 배송에 차질이 발생했다. 삼성전자, LG전자, 위니아, 캐리어에어컨, 신일전자 등 주요 가전 업체는 수요 확대가 예상되는 여름 계절 가전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은 자체 물류 배송 역량을 총동원해 대응하고 있지만 중견·중소가전 업계는 비축한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공급 대란을 코앞에 두고 있다. 중국 등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업체는 국내로 들어오는 주요 항구 물류가 멈추면서 문제가 심각하다.
삼성전자는 파업 이후 화물연대가 광주 사업장 출입을 막은 탓에 주요 가전을 물류센터로 제때 옮기지 못했다. 14일 광주사업장 출입이 일부 풀리면서 물류센터로 이동이 가능해졌지만 불안한 상황이다.
LG전자는 베트남, 태국 등 해외에서 생산한 일부 가전제품이 항만에 묶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물류망을 동원하고 충분한 재고를 확보해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사태 장기화 시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절기 매출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기업은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캐리어에어컨은 인천항이 정상 가동되지 않아 중국에서 생산한 완제품과 부품을 일주일 넘게 들여오지 못하고 있다. 국내 수요가 급증하는 이달 말까지 사태가 이어지면 매출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이 우려된다.
위니아 역시 부산항이 막히면서 수일 째 에어컨, 냉장고 등 주력 품목을 물류센터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 재고도 바닥을 보이면서 공급 차질이 예상된다. 하절기 매출 비중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신일전자도 에어서큘레이터, 선풍기 공급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주요 제품의 80% 가까이를 중국에서 생산하는데 인천항·부산항이 막히면서 제품을 아예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위니아 관계자는 “에어컨 시즌을 맞아 7월 초부터는 제품을 대량 공급해야 하는데 파업 지속으로 공급 차질이 예상된다”면서 “재고 물량으로 버티고 있지만 수요가 증가하면 얼마 가지 않아 바닥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가전 유통사도 이달 대대적 여름 가전 프로모션을 시작한 상황에서 불안감을 표출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매일 재고 수량을 파악해 고객에게 상황에 맞는 제품을 제안하고 있다”면서 “사태가 장기화하면 배송 지연 등을 안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전업계의 피해가 가시화하면서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등 관련 협회·단체는 매일 피해 상황을 파악하는 실태조사에 들어갔다. KEA는 사태 장기화에 대비한 대응책도 논의하고 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