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핵심 부품인 이차전지 소재와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내 공급 생태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급망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자동차산업연합회(KAIA)가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자동차업계 애로 해소와 대책'을 주제로 개최한 제27회 자동차산업발전포럼에서 “미·중 분쟁과 코로나19 영향에도 글로벌 공급망의 중국 의존이 심화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조 연구위원에 따르면 전 세계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3.9%에서 지난해 15.3%까지 높아졌다. 국내 자동차 생산의 해외 부품 의존율은 12% 내외로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수준은 아니지만, 중국 의존도는 점점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부품 수입국 중 중국 비중은 2000년 1.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4.9%로 급등했다. 올해 1∼4월에는 36.2%까지 상승했다. 일본 비중은 2000년 45.5%였으나 지난해 11.6%에 이어 올해 1∼4월 11.1%까지 하락했다.
조 연구위원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이차전지 소재와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높은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전지 소재 가운데 음극재는 83%, 양극재·전해액·분리막은 각각 60% 이상 중국에 의존하는 중이다. 제련한 원자재의 경우도 흑연 100%, 망간 93%, 코발트 82%, 니켈 65%, 리튬 59% 등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조 연구위원은 “미·중 분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공급망 이슈는 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에게 더 중요하게 됐다”면서 “앞으로 국내 공급 생태계를 강화하는 한편 공급망 관련 지역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변화 관련 정보 제공과 현지 투자 지원, 공급망 관련 산업 전반의 모니터링 기능 강화, 글로벌 동맹을 통한 공급망 위험 대처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성수 숭실대 교수는 최근 이슈가 된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과 관련해 최소 2∼3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반도체 설계와 생산 인프라의 국내 정착 필요성도 제기했다. 김병조 고려대 교수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2∼3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공유경제 모델의 국내 장려, 반도체 분야에 대한 장기적 투자 등을 제안했다.
정만기 KAIA 회장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과 원자재 가격 폭등 등으로 완성차 업체를 포함해 주로 해외 수요에 의존하는 우리 기업에 최악의 불확실한 경영 여건이 다가올 전망”이라면서 “지금은 경영자, 근로자는 물론 정부도 제조업 대상 저금리와 금융 원활화 등 위기를 넘기기 위한 특단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