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금융감독원 설립 이래 처음으로 검찰 출신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취임 이후 금융권에선 금감원 내부 분위기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요즘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선 신임 금감원장 얘기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금융권의 한 임원은 12일 “정은보 전 원장 후임으로 검찰 출신 인사들이 거론될 때부터 설마설마했는데 실제로 이 원장이 취임하자 깜짝 놀랐다”며 “금융권 관계자들이 신임 원장 성향과 금감원 내부 분위기를 파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체적인 분위기는 일단 몸부터 사리자는 데 의견이 모인다. 신임 원장이 조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대대적인 검사에 나설 것에 대비해 타깃이 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사상 첫 검찰 출신 원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하다”며 “루나-테라 사태 등으로 촉발된 가상자산 업계에 대한 조사와 라임·옵티머스 등 정치권 인사가 연루된 사모펀드를 들여다볼 것으로 보이는데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고 있는 금융권은 바짝 긴장해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에선 윤석열 대통령 직속 후배로 윤 사단의 막내 검사가 금감원장을 맡아 검찰이 금융당국까지 장악했다는 논란에 더해 금융 전문성이 전무하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양대 노총 산하 금융노조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이 원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금융산업노조와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금융 분야 경력이 전혀 없는 검찰 출신 이 원장은 자진 사퇴하고 윤 대통령은 불공정한 금융시장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전문성과 함께 감독업무를 공정하게 수행할 금융 전문가를 조속히 물색해 새로 임명하라”고 촉구했다.
금감원 내부도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정은보 전 원장이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단행한 지 반년도 안돼 새 원장이 오면서 또다시 인사 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감원은 새 원장이 취임하면 임원들이 전원 사표를 내고 신임을 묻는 관행이 있다.
이 원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상자산 등 분야에서 인력을 추가로 늘릴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 원장은 안팎에서 일어나고 있는 논란을 정면 돌파하려는 태세다. 지난 7일 대통령 재가와 동시에 취임식을 치른 뒤 김주현 금융위원장 내정자와 이례적으로 면담하며 금융당국 '원팀' 행보를 보였다. 다음 날엔 임원 회의는 취소하고 금감원 노조 사무실을 찾아 면담했다. 이 원장은 노조에 신임 원장으로서 직원들과 소통에 노력하겠다며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