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VC)의 국내 스타트업 플랫폼에 대한 '팔로우온 투자'(후속 투자)가 대두되고 있다. 엔데믹 도래로 기업 전망 조정이 불가피해지면서 안전 투자 선호 분위기가 형성된 영향이다.
해외에서는 이미 기업 밸류에이션 조정이 일부 시작되고 있을 정도로 투자 위축 분위기가 감지된다. VC업계는 글로벌 투자 기조에 한국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 등 투자 악재도 겹쳤다. 업계는 미국 금리 인상 움직임과 주식시장 부진 등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 집행이 지난해보다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때문에 팔로우온 투자가 각광을 받고 있다. 팔로우온 투자는 한 기업에 단계별로 투자해 안전하게 기업 '옥석 가리기'가 가능하며 성공할 경우 회수 이익도 극대화된다. 특히 초기 투자에서 제시한 목표 달성을 보고 후속 투자가 이뤄져 안정적이라는 평을 받는다.
VC업계 관계자는 “1차 투자로 내부인으로써 해당 회사를 더욱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어 가능성 판가름이 용이하다”며 “100억원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보다는 몇 십억원 단위로 나눠서 투자하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벤처스는 유아교육·돌봄 플랫폼인 자란다와 인공지능(AI) 헬스케어 플랫폼인 루닛에, 스톤브릿지는 신선식품 배송 플랫폼 정육각에, 패스트벤처스는 오늘의웹툰에 팔로우온 투자를 진행했다.
특히 최근에는 점유율을 고려한 팔로우온 투자가 활성화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가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인테리어 시장에서 플랫폼을 이용하는 방식은 생소하지만 해당 시장에서 점유율은 크다. 5월 초 미래에셋캐피탈, IMM인베스트먼트, BOND 등이 팔로우온 투자를 단행했다.
내년부터는 팔로우온 투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2020년 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이 개정되며 개인투자조합뿐만 아니라 액셀러레이터도 벤처펀드를 조성할 수 있게 됐다. 벤처펀드의 경우 법인 출자가 용이해 개인투자조합보다 투자 규모를 키울 수 있다. 통상 초기 투자보다는 더 큰 금액이 들어가는 팔로우온에 벤처펀드가 적극적이다.
강태욱 롯데벤처스 책임심사역은 “최근 신규 투자보다는 기존 투자처 중에 실질적으로 성과를 잘 내고 있는 곳에 선택과 집중해 투자하는 성향이 두드러졌다”며 “재작년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 유동성 감소 등으로 올해와 내년에도 팔로우온 투자가 더 공고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