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규제 개혁, 혁신 성장과 공정 경제의 성공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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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규제혁신 장관회의에서 “규제 혁신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가 굉장히 강하다”며 18개 부처별로 규제 개혁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것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5년 동안 꾸준히 노력하면 분명히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기업 규제를 '신발 속 돌멩이'라고 부르며 개선 의지를 수없이 밝혔다. 이보다 앞서 한 총리는 이달 22일 주재한 경제전략회의에서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규제 혁신 전략회의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적어도 2개월에 한 번은 대통령이 규제 개혁의 최종적인 결정을 하는 체제로 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만나서도 “경제 회복을 위해선 규제 혁신이 굉장히 필요하다”며 규제 양산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 입법 과정에서 규제 사전 심의 제도 등이 필요하다 협조를 당부했다. 한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정기적인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고 이 기구를 통해 국회 입법 전에 정부 의견을 전달하겠다”면서 “현재 여러 법안이 덩어리 규제로 엉켜 있어 기업과 개인의 자유 활동을 얽매고 있다. 여·야·정 협의체에서 논의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관계부처 장관보다 앞장서서 규제 혁신에 나선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특히 한 총리는 역대 어느 총리보다 규제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고 의지도 매우 강해 성공 가능성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도 매우 높다. 역대 정권마다 규제 개혁을 부르짖고 있지만 대부분의 규제는 이익단체나 정부 부처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고, 규제 하나를 없애면 두 개가 늘어나는 폐단이 반복되고 있다. 규제는 혁신과 사회 발전을 저해하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등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기도 한다. 반면에 모든 규제는 이유가 있고 특정 분야의 피해나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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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규제 혁신은 과거와 현재의 것을 바꿔야 하는데 기득권의 저항이 커지고, 규제 개혁으로 인한 부작용은 가시적이고 단시간에 확실히 나타나며, 피해자가 구체적이며 현존하고 결집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규제 혁신 효과는 미래지향적이며,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고, 파급 효과가 크고, 수혜자가 다수이기는 하나 결집력이 약하다는 특징이 있다.

문명사적으로도 규제 탓에 산업혁명의 발상지였던 영국은 산업 주도권을 독일·미국 등에 넘겼고, 국운도 기울었다. 18세기 후반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대량생산 시대가 열렸다. 그러나 기계가 직물공장의 노동자들을 대체하자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이 영국 중북부 공업지대에서 직물기계를 파괴하는 운동인 '러다이트 운동'(Luddite Movement)이 7년여 동안 일어났다.

1860년대 영국에서 증기자동차 등장으로 종합제조업인 마차 관련 산업이 큰 타격을 받고, 마부들은 일자리를 잃게 됐다. 영국 정부는 일자리와 마차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적기조례'(赤旗條例:Red Flag Act)를 제정했다. 한 대의 자동차에는 운전사·기수 등 3명이 있어야 하며, 붉은 깃발을 든 기수가 차를 인도하도록 했다. 자동차의 최고 속도를 시외 6.4㎞/h, 시내 3.2㎞/h로 제한했다.

최근 한·미 정상회담 이후 삼성, 현대차, 롯데, 한화 등 4개 그룹은 588조원에 이르는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6일 발표한 SK, LG, 포스코 등의 추가 계획을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올해 예산 규모(607조7000억원)를 능가하는 1000조원에 이르는 등 역대급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붕괴, 고물가로 인한 초긴축 재정으로 세계 경제는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극도의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런 여건 속에서도 대기업은 윤석열 정부의 민간 중심 경제정책에 화답하면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변혁기에 선제 투자로 미래산업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비장한 각오이자 의지를 내보였다.

기업 투자가 늘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소득 수준 향상, 내수 확대, 세수 증대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대기업의 투자가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정부가 규제 혁신으로 화답해야 한다. 규제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최고통치권자의 의지와 지속성이 있어야 한다. 역대 정부가 출범하면서는 규제 혁파를 장담했다. 실제 초기에는 전봇대, 손톱 밑 가시, 붉은깃발법 등을 화두로 규제 혁신을 추진했다. 그러나 모두 용두사미로 끝났다.

윤석열 정부에서 미래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일자리 창출 성공과 명실상부한 선진국 도약을 위해서는 경제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하고, 규제를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 한 총리가 제안한 대통령 주재 규제혁신 전략회의를 신설하고, 임기 내내 매월 또는 수시로 회의를 개최해서 추진계획과 실적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독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공직사회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해야 한다. 과감하게 규제 개혁을 한 공무원에게는 승진과 보수 등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규제전략회의에서 결정된 규제 완화로 사후 부작용이 있더라도 고의나 중과실이 아닌 경우 담당 공무원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또 정권이 바뀌어도 규제를 개혁한 공무원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많은 경우 규제개혁안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돼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야당의 협조를 끌어낼 양보와 유인책을 마련하는 등 야당과 협치를 해야만 가능하다. 의원 입법에도 규제영향 평가제를 도입하고, 총리가 제안한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서 정부와 여당이 힘을 합쳐 규제 개혁에 반대하는 기득권과 노동계·시민단체를 설득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열거된 금지 행위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 체계로 기존의 규제 프레임부터 바꿔야 한다. 포지티브 규제는 허용된 것만 가능하게 하니 혁신과 변화는 일단 불법이 된다. 일단 부처별 TF에 모든 규제는 네거티브로 바꾼다는 전제 아래 꼭 남겨야 하는 규제가 무엇인지 안을 만들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법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과거 추진하다 중단된 규제개혁특별법을 제정할 필요도 있다. 이 법이 제정되면 여러 행정기관이나 법령과 관련된 덩어리 규제의 일괄 정리가 가능할 것이다.

기업에 이전과 다른 규제 환경을 조성해 주면 기업은 지속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늘릴 것이다. 문재인 정부 때 중대재해법, 융통성 없는 주52시간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을 옥죄는 많은 규제 때문에 해외로 나간 기업들의 리쇼어링도 가능할 것이다. 윤석렬 정부의 혁신 성장과 공정 경제의 성공 여부 핵심도 규제 개혁이다.

석호익 동북아공동체ICT포럼 회장·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bismak0308@naver.com



석호익 회장은 서울대 행정학 석사, 성균관대 행정학 박사 학위를 받고 행정고시 21회로 공직에 입문했다. 정보통신부 우정국장, 전파방송관리국장, 정보통신지원국장, 서울체신청장, 정보화기획실장, 기획관리실장, 정책홍보관리실장 등 정보통신 관련 업무를 주로 담당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통일IT포럼 회장, KT 부회장, 스마트워크포럼 의장, 한국지능통신기업협회장 등을 거쳐 현재 한국디지털융합진흥원장, 동북아공동체ICT포럼 회장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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