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대한상공회의소에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원익IPS, 와이아이케이, 유진테크, 솔브레인, SK머티리얼즈, 미코세라믹 등 반도체 소부장 6개 업체 임원들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주관하는 간담회에 참석한 것이다. 산업부 소재융합산업 국장이 반도체 소부장 생태계를 점검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산업부는 국내 반도체 생태계 강화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간담회도 그 일환인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현안인 반도체 공급망 강화 방안이 자연스럽게 화제로 올랐다. 소부장 업체는 정부에 여러 의견을 건의했다. 눈에 띄는 내용은 전무 인력 부족 문제였다. 반도체 소부장 계약학과 신설 아이디어도 제시됐다. 산업부는 “소부장 학과를 신설하면 업계가 컨소시엄 형태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고, 반도체 장비 3개사는 “인력 양성을 위해 민간 자금을 투입할 생각도 하고 있다”고 답했다.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한 전문 인력 양성의 필요성에 모두가 공감했다.
2019년 7월 일본의 첨단 소재 규제 조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라는 세계 1, 2위 메모리 반도체 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핵심 소부장 대부분을 수입해 왔다. 일본 수출 규제로 반도체 공장 가동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소부장 생태계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터지고 3년여가 지났다. 문재인 정부에서 성과도 있었다. 동진쎄미켐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 핵심 소재인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PR)를 개발했다. 솔브레인은 고순도 불화수소를 개발, 양산·공급하는 데 성공했다. 규제에 즉각 대처하지 않았으면 한국은 반도체 생산에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일주일여 남짓 만에 반도체 소부장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나선 것은 환영할 일이다. 반도체 제조 공정이 향상되고 글로벌 소부장 기업의 기술은 향상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 생태계를 마련하려면 소부장 경쟁력 강화가 꼭 필요하다. 문제는 전문 인력 양성이다. 반도체 소부장 계약학과 설립은 당장 현장에 투입할 인력을 배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아이디어다. 이미 반도체·디스플레이 대기업은 주요 대학과 계약학과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계약학과를 만들려면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인 소부장 업체로서는 엄두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를 해결한다면 대기업 못지않게 소부장 기업에도 안정적으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정부는 간담회를 기점으로 반도체 소부장 관련 정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간담회에서 논의된 컨소시엄 형태의 계약학과 신설은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십시일반으로 예산을 만들고 정부가 일부 지원하는 식이면 금상첨화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