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에 불안한 징후가 보이고 있다. 수출과 주요 기업의 좋은 실적 등이 일부 외부 지표에 가렸지만 중장기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건들이다.

일부에서는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나 2008년 금융위기와의 유사성까지 언급한다. 과장된 위기론은 경계해야 하지만 여러 시그널이 부담스러워 보이는 건 사실이다. 정부나 기업 모두 불확실성을 점검하고 안정에 무게를 둬야 할 때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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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물가가 고공비행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취임 후 가장 먼저 이야기한 것이 물가다. 최근 흐름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관리가 더 어렵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유가와 주요 곡물 가격 등이 급등했다. 글로벌 물류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서 대부분의 원자재 가격도 크게 뛰었다. 물가 상승은 실질 소득을 낮추고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기업 수익성에 부정적이다. 전반적 소비심리 위축과 중기 경제 침체로 전이될 우려가 있다.

최근 기업공개(IPO)가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대어로 꼽히던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테림페이퍼 등이 모두 상장 일정을 조정했다. 상장 예비 후보군으로 꼽히는 컬리, 쏘카, 11번가 등의 계획에도 영향이 불가피해 보인다.

상장 지연은 단순히 개별 기업만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IPO시장 침체는 '투자-상장-회수-재투자'라는 선순환 사이클에 제동을 걸 수 있다. 우리나라는 '제2 벤처 붐'을 내세우며 최근 수년간 벤처·스타트업 투자 생태계를 키워 왔다. 자칫 이 선순환 고리가 깨지면 '신산업'으로 언급돼 온 창업, 금융,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이 위축될 우려가 크다.

한국산 가상화폐 테라와 루나 폭락 사태에도 주목해야 한다. 연관된 피해 투자자만 수십만명, 피해 규모가 최소 수십조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개별 사안으로만 볼 게 아니다. 가상화폐는 아직 완전히 제도권에 편입되지 않았지만 이미 증권시장 규모와 맞먹는다. 자칫 가상화폐, 블록체인 전반의 위험으로 이어지면 사태는 커진다. 직접 투자한 사람은 물론 금융 시스템, 실물 산업에도 파장을 야기할 수 있다. 과거 리먼브라더스가 촉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기초자산이 불분명한 2, 3차 파생금융상품이 문제였다. 가상화폐도 불확실한 펀더멘털에다 모호한 사업성으로 파생상품과 유사한 면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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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올해 우리나라 경제·산업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새 정부의 새로운 기운에다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면서 우리 경제와 기업의 성장 가능성이 커 보였다. 우리는 그동안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디지털전환을 이뤘고, 비대면 사업도 잘 키웠다. 그 사이 많은 유니콘기업이 등장하기도 했다.

최근 분위기는 조심스럽다. 대내외 상황이 불안정해 보인다. 여기에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윤석열 정부의 경제팀은 아직까지 자리 잡지 못한 모습이다. '미니 대선'으로 불리는 6월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앞두고 국정 동력과 관심은 경제보다 정치 쪽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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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멀스멀 올라오는 위험 신호를 외면하면 추후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우리 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아 위험을 독립적으로 회피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미리 준비하는 것과 손 놓고 있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이상 징후가 경제 전반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정확한 예측과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