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거꾸로 가는 혁신형 SMR사업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 정책 핵심은 '탈원전 정책 폐기 및 원자력 산업 생태계 강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를 제1 국정 목표인 '상식이 회복된 반듯한 나라'에 포함시킴에 따라 국정과제 가운데에서도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음을 명확히 했다. 에너지업계는 그동안 편향됐던 국가 에너지 정책의 원칙이 국민 눈높이에 맞게 다시 세워질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혁신형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개발사업' 예산이 대폭 삭감될 것으로 전해져 우려스럽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공동 추진하는 이 사업은 최근 예타 심의 결과 3000억원대 예산이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부처가 애초 제출한 예산(5832억원)보다 약 2000억원 줄어든 것이다.

SMR는 출력 300MW 이하 소형 원자로로, 기존 대형 원자로보다 안정성이 우수해 세계 각국이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다.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차세대 원전 시장을 이끌 성장동력이라는 점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미국의 민·관 협력 컨소시엄이 7년간 4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SMR 분야에서 경쟁국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우리 정부가 너무 안이하게, 경직된 경제성 논리만으로 SMR의 가치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2030년까지 설계와 혁신 기술개발, 제조 등의 노하우를 갖춰 수출까지 성공하려면 더욱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예타 면제를 통해 과감한 투자를 해도 모자랄 판에 시간낭비를 하는 것은 아닌지 냉철히 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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