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공식적으로 취임한 가운데 정국은 여전히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정치력이 임기 초반부터 검증대에 올랐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포함해 국무위원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분위기다. 환경도 마련됐다. 우선 김부겸 국무총리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제청권을 행사한 뒤 자리에서 물러날 것으로 알려졌다. 추 부총리 후보자가 여야로부터 '적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후 추 부총리는 권한대행으로 나머지 국무위원을 제청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새 정부를 위해 유은혜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박범계 법무부 장관,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면직안을 재가했다.
다만 국회의 키를 쥔 더불어민주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날선 반응을 보이며 청문 보고서 채택에 반대를 피력하고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결과를 놓고 보면 (당내) 반대가 강하다. 부적격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한 후보자 임명에 대해 다시 한번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힌 셈이다.
김 의원은 '신뢰'를 언급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대표성과 국민들에 대한 신뢰”라며 “한 후보자는 조국 전 장관을 수사했던 당사자다. 그런데 동일 잣대로 본다면 똑같이 문제가 될 만한 일을 했다”고 말했다.
특히 공정을 언급했다. 김 의원은 “대필 등 본인의 능력이 아닌 다른 방법이나 도움으로 딸의 스펙을 쌓았다. 도덕적으로 상당히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 임명을 강행할 수 있지만 힘으로 밀어붙이기에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자칫 지방선거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후보자는 이번 청문회 과정에서 여러 가지 의혹에 시달렸다. 만약 윤 대통령이 이들의 임명도 강행한다면 자칫 지방선거 패배 책임까지도 뒤집어쓸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이 이를 핑계로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지명을 부결할 명분을 주는 셈이다.
민주당은 이날도 '협치'를 강조하며 윤 대통령을 압박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 삶은 더 나아지고 풍족해져야 한다”며 “책무가 윤석열 정부에게 있다. 윤 정부는 민생 과제를 정면으로 마주 보고 풀어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또 “앞으로 5년의 국정운영을 전망할 수 있는 대통령직인수위의 활동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임기 시작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과 역량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엄중한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하려면 국민통합과 협치 외에는 방법이 없다. 잘못된 인사를 바로 잡는 데서부터 이를 보여주길 바란다”며 일부 국무위원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대통령의 국무위원 임명이 늦어지면 당장 12일 예정된 국무회의에도 이전 정부 위원이 내각에 남아 참석해야할 가능성이 크다.
헌법 제88조에는 국무회의는 “대통령·국무총리와 15인 이상 30인 이하의 국무위원으로 구성한다'고 돼 있다. 이 요건을 채우기 위해서는 결국 15명 이상 장관이 필요하다.
이 때까지 새 정부 장관 후보자 가운데 임명할 수 있는 장관의 숫자는 최대 12명일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장관 일부가 윤석열 정부 국무회의에 참석해야만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 국무회의 개최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정치력에 주목했다. 최 평론가는 “이번 청문회에서 국무위원 후보자들을 둘러싼 많은 의혹이 나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일부 국무위원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면 국민의힘이 지방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기창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