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르면 10월 글로벌 가전업계 최초로 TV와 냉장고 신제품에 홈 사물인터넷(IoT) 통신 표준을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급증하는 IoT 기기를 제어할 허브로 TV·냉장고를 새롭게 제시하며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은 물론 가전시장 지배력을 높인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10월부터 스마트 TV, 냉장고, 스마트 모니터 신제품에 매터를 적용한 IoT 기기 연동·제어 기능을 제공할 계획이다.
매터는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 홈 IoT 통신 표준이다. 구글, 아마존, 삼성전자, 애플, 샤오미, 필립스, 테슬라, LG전자, 텍사스인스트루먼트 등 300개 가까운 다양한 기업이 표준 제정에 참여했다. 표준 적용 시 구글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홈'에만 연동되던 기기도 아마존 '알렉사'나 애플 '홈팟'에서 작동할 수 있다. 플랫폼 종속성을 해소한 완전한 스마트홈 환경을 구현할 열쇠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네오 QLED TV 등 스마트 TV 신제품과 패밀리 허브 냉장고, 스마트 모니터 등 'IoT 허브' 기능을 탑재한 제품을 대상으로 매터 지원을 준비 중이다. 기존 IoT 허브는 주로 자사 공기청정기나 에어컨, 스마트폰, 태블릿 등만 연동·제어가 가능했다. 추후 매터 표준을 적용한 스마트 전구, 스마트 도어, 온도 조절계, 스마트 커튼 등 다양한 타사 IoT 기기까지 연동·제어 가능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매터 개발을 주도하는 민간 표준단체인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는 오는 9월께 표준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에 맞춰 삼성전자는 기술검토 후 이르면 10월부터 대상 TV와 냉장고, 스마트 모니터에 소프트웨어(SW) 업데이트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홈 IoT 플랫폼 '스마트싱스'를 내세워 구글, 아마존 등과 스마트홈 시장 3강을 형성하고 있다. 매터는 사용자의 플랫폼 종속성을 해소하면서 기업 간 무한경쟁을 예고한다. 상대적으로 압도적인 사용자를 보유한 구글과 아마존이 경쟁 우위를 점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기기간 연결성의 핵심인 IoT 허브를 확대해 사용자 확보에 나선다. 시장 선두인 TV와 냉장고(프렌치도어)를 IoT 기기 연결 거점으로 삼아 가전 사용자를 스마트홈 서비스 사용자로 묶어두겠다는 전력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가전·TV 시장에서 제품 역할을 재정립해 차별화를 꾀하는 목적도 담겨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겸 DX부문장은 과거부터 TV가 단순한 디스플레이가 아니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크린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처음으로 스마트 TV에 IoT 허브를 내장해 다양한 기기를 연동·제어하게끔 만든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TV와 냉장고에 매터를 지원, 단순히 디스플레이·냉동장치를 넘어선 '스마트홈 허브 가전'으로 경쟁력을 배가한다. TV, 가전, 스마트폰, 노트북 등 삼성전자 제품 간 연결성을 두루 강화해 연속적인 사용자경험(UX)을 제공하는 '팀삼성' 전략도 강화한다. 매터를 적용한 다양한 IoT 기기까지 연동해 팀삼성 생태계에 합류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매터 표준이 최종 발표된 후 기술검토를 거쳐 연내 TV, 냉장고, 스마트 모니터를 대상으로 매터 허브를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사용자 편의성 향상은 물론 주요 가전의 역할이 커지면서 경쟁력도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