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가 사전 계약 중인 2억원대 랜드로버 플래그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신형 '레인지로버' 출고 대기 기간이 최장 2년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수급 이슈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럭셔리카 수요가 폭증하며 빚어진 기현상이다.
재규어랜드로버 딜러들은 신형 레인지로버 사전 계약을 받으면서 국내 고객에 이달 기준 출고까지 1년 반에서 2년을 기다려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아직 국내 공식 출시 전인 신형 레인지로버는 지난해 11월 24일부터 사전 계약을 시작해 현재 2500대가량 예약됐다.
출시도 안 된 고가 신차의 대기 기간이 2년에 달하는 것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서다.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생산 물량이 제한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럭셔리카 수요 폭증한 탓이다. 9년여 만에 완전 변경을 거친 신형 레인지로버는 앞서 판매를 시작한 영국, 미국 등 주요 시장에서도 없어서 못 파는 출고 적체 현상이 빚어졌다.
신형 레인지로버는 판매 가격이 2억원대 달하는 랜드로버 라인업 최고가 모델이다. 국내에는 최상위 트림 '오토바이오그래피'로만 나온다. 개별소비세 인하분을 적용한 판매 가격은 1억9687만~2억2247만원이다. 사전 계약 고객 대다수가 가장 고가인 가솔린 최상위 트림을 예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올여름 신형 레인지로버를 공식 출시하고 고객 인도를 시작할 방침이다. 다만 영업 현장에서 딜러들이 안내하는 출고 대기 기간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본사와 신형 레인지로버 국내 출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며 “다른 제조사들처럼 부품 수급난 등에 따라 생산 현황이 시시각각 바뀌어 정확한 출고 대기 기간을 확답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억대 럭셔리카 수요 폭증과 출고 대기 장기화는 페라리, 람보르기니, 포르쉐, 벤틀리 등 다른 고가 수입차 브랜드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판매 가격 1억5000만원 이상 초고가 모델은 5599대가 팔리며 작년 동기 대비 두 배 이상 성장했다. 이들 브랜드 주요 인기 모델의 예상 출고 기간은 1년 반에서 2년 이상이다.
럭셔리카 브랜드 관계자는 “초고가 럭셔리카 출고 기간이 길어지는 것은 한정된 공급에 비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게 주된 이유”라며 “주문 제작 방식을 택하고 있어 단기간 수요가 늘더라도 생산 대응이 늦어 출고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