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정보기술(IT) 개발자 구인난을 호소하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 구축,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개선 등 디지털전환이 시급해 개발 인력 수요는 넘치지만 개발자를 뽑고 싶어도 오려는 사람이 적어 애로를 겪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A생명보험은 최근 디지털 플랫폼 관련 부서에서 일할 개발자를 40명가량 뽑기로 계획하고 채용을 진행했지만 최종 선발 인원은 목표치 4분의 1인 10여명에 불과했다.
디지털전략 부서와 플랫폼 담당 부서를 만들고 디지털 기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려는 시도가 인력 확보에서부터 막힐 위기에 처한 셈이다.
개발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건 손해보험사도 마찬가지다. B손해보험은 50여명 규모로 개발자를 두고 있는데 수시채용으로 계속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 내부 직원만으로 모자라 50여명 외주회사 인력도 개발 업무에 동원했다.
C손해보험도 개발직군 인력이 언제나 모자라 상시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해가 지날수록 개발자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개발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건 보험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한몫한다. 아직까지 보험업은 금융권 중에서도 보수적이고 디지털 전환이 미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개발자는 주로 팀 단위로 입사해 프로젝트를 맡는데 보험사에 합류했다가 실패하면 경력 관리에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여러 보험사 관계자들이 전했다.
처우도 문제다. 보험사 핵심부서가 여전히 영업, 심사, 보상, 기획 쪽이다 보니 경력직 개발자를 채용하기 위해 기존 직원보다 연봉이나 인센티브를 더 줄 수 없는 형편이다.
생보사 관계자는 “공채로 입사해 일하고 있는 직원 불만을 살 수 있어 같은 직급 기존 직원보다 개발자 급여를 더 낮게 책정하고 채용에 나서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또 빅테크를 중심으로 개발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어 굳이 개발자들이 보험사 쪽으로 눈을 돌리지 않아도 충분히 일할 곳이 많다는 점도 보험업계 개발자 품귀 현상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 토스뱅크, 간편송금업체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핀테크 스타트업 등이 대거 개발자를 채용하면서 보험사에 오려고 하는 유능한 개발자가 별로 없다”고 토로했다.
대형 생명·손해보험사 중에도 데이터 분석, 시스템 개발, 네트워크 구축 등을 위해 개발직군 채용에 나서고 있지만 인재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 보험사 역시 영업·기획부서 중심이어서 개발자가 극소수에 불과하고 개발자들이 모인 전담 부서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기존 인력 입김이 강한 상황에서 개발자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라면서 “본사에선 개발자가 설 곳이 없어 외주업체나 IT 자회사에 개발 업무를 전담시키고 있다”고 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