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필요" vs "국민 부담"…한은·기재부, 증세 놓고 엇갈린 입장?

이창용 한은 총재는 증세 입장
추경호 기재부 장관 후보 신중
거시경제 수장들 입장 엇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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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거시경제 정책을 이끄는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 수장이 증세를 두고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세제는 기재부 소관이지만 늘어나는 지출에 대한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거시경제 수장들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이어서 향후 논의가 주목된다.

21일 관가에 따르면 이창용 한은 총재와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후보자는 증세 필요성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총재는 인사청문회에서 증세 필요성을 언급하며 증세와 관련한 화두를 던졌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 세금 없이 복지제도를 늘리기 어렵기 때문에 (GDP 대비) 0.5%씩 10년에 걸쳐 증세를 하는 것을 여야가 합의한다면 정치적으로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IMF 아시아태평양 국장 시절에도 증세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총재는 2018년 한 강연을 통해 “한국은 고령화 속도가 빨라 10년 뒤부터는 유례 없이 재정 지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IMF는 실제로 한국이 2027년부터는 재정지출 증가로 인해 국민부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OECD 평균 국민부담률은 30%대 중반으로 한국의 2021년 기준 국민부담률 27.9%를 웃돈다.

이 총재는 “세금이 10% 정도 늘어나야 한다면 법인세만 올려서 될 게 아니다”라며 “단기적으로 너무 많이 걷으면 어렵기 때문에 중기적으로 올리되, 한두 가지 세금만 올려서는 안 된다”고 전방위적 증세 필요성을 지적했다.

반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증세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 후보자는 부총리 지명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증세와 관련해 “학계에서 여러 담론이 있을 수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공공 부문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했음에도 도저히 안 될 때 증세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설명하고 공감이 있어야 한다”며 “아직 담론이 거기까지 가지 않았고 국민도 이해할 정도의 인식이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추 후보자는 의원 시절부터 증세에 대한 반대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는 의원 시절인 2016년 복지 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 대해 “재정 지출 효율화, 비과세·감면 정비, 지하경제 양성화 후 필요한 경우 증세를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가 법인세 최고세율을 22%에서 25%로 인상한 것에 대해서도 세계 추세에 역행한다고 비판했으며 21대 국회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20%로 낮추는 내용의 법인세율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도 감세가 주를 이룬다. 윤 당선인은 부동산 보유세 완화, 주식양도세 폐지 등을 내세우고 있다.

한은과 기재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정책 공조를 해야 한다. 증세에서의 입장 차이는 향후 물가 안정을 도모할 때 동원할 다양한 정책 수단에 대해서도 입장이 엇갈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날 취임사에서도 “인플레이션 압력이 한층 고조되는 가운데 경기 회복세가 기존 전망보다는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성장과 물가 간 상충관계가 통화정책 운용을 더욱 제약하고 있는 상황이기에 정교하게 균형을 잡아가며 정책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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