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2 벤처붐'으로 벤처투자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투자회수 시장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나온다. 투자 수익률이 상승하고 인수합병과 상장(IPO)도 활발하다. 정부도 투자회수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하면서 투자부터 회수, 재투자에 이르기까지 선순환 효과가 기대된다.
벤처투자 시장에 투자금이 몰리면서 투자를 받는 벤처기업 가치가 상승세다. 중소기업벤처부 조사에 따르면 최근 7년간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의 기업가치는 무려 276조2307억원에 달한다. 벤처투자를 받은 기업의 평균 기업가치가 약 807억이다. 기업가치가 1000억원 이상인 기업도 435개나 됐다.
벤처업계 관계자는 “현재 벤처 시장에 투자금이 몰리고 인재들이 창업 시장에 뛰어드는 구조로 과거 벤처거품 때와는 차이가 있다”면서 “시장에 몰리는 투자금만큼 투자를 받는 기업들의 가치가 비례해 상승했다”고 말했다.
투자 받은 기업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서 투자회수 성과도 향상됐다. 특히 M&A, IPO 등이 이전보다 활발해지는 추세다. 특례상장 문호가 확대된 것도 IPO 증가의 이유로 꼽힌다.
투자회수 성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중기부가 최근 10년간 청산펀드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청산펀드 수익률이 12.4%로 최근 10년 중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청산펀드는 펀드 결성 이후 투자·회수를 통해 투자 목적을 달성했거나 존속기간 만료로 해산된 펀드다.
주목할 부분은 최근 청산펀드 수익률 상승이다. 최근 10년만 봐도 2016년까지는 수익률이 최저 1.1%에서 최고 8.7% 사이에서 매년 등락했다. 그러나 2017년 5.6%를 기록한 이후 매년 상승해 지난해 12.4%까지 올랐다.
투자회수 시장이 개선되고 있지만 업계는 국내 회수시장이 해외에 비해 제한이 많다고 지적한다. 이에 정부도 적극적인 제도 개선 의지를 보이고 있다. 중기부는 지난해 말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와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액셀러레이터가 결성하는 벤처투자조합 최소 결성금액을 기존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완화해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했다.
대기업 투자 시장 진출도 열어줬다. 액셀러레이터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할 경우 현재는 개인투자조합 결성이 불가능한 데 앞으로는 이를 허용해 대기업도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투자 수단을 다양화할 수 있도록 했다. 창업투자회사·벤처투자조합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기업 주식이나 지분 취득을 금지하는 사항도 개선해 창업·벤처기업이 투자 유치 후 M&A나 주식교환으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더라도 허용한다. 정부의 제도 개선 이후 대기업 지주사들이 잇달아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설립에 나서는 등 투자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새로운 회수 모델도 등장했다. 테일엔드펀드가 만기를 앞둔 펀드 자산을 통째로 인수하며 M&A와 IPO 이외 회수 모델이 나왔다. 지난 2월 KB인베스트먼트가 중기부에 등록한 'KB테일엔드펀드'가 대표적이다. 개인 투자자 등 초기 투자자는 회수 시점을 앞당길 수 있고 펀드는 검증된 투자처를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