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플랫폼 업계, 크롤링 법적 분쟁 앓이

원데이터 제작자 시간·자금 들여 구축
후발주자 무분별 사용에 피해 입을 수도
전문가들 "대부분 기업 크롤링 사용 중
강력 규제 땐 되레 소비자 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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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플랫폼 업계가 크롤링 법적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 증가하며 크롤링 법적 분쟁 또한 늘어나고 있다. 데이터의 가치가 높아지며 데이터를 단순 정보가 아닌 지식 재산이자 핵심 수익원으로 인식하게 돼서다. 보편적인 데이터를 보유하는 것은 물론 희귀한 데이터를 누가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이용자의 선택을 이끈다. 목적이나 형태가 점점 다양해지는 크롤링이라는 고차방정식을 풀어나가기 위해선 업체 간 논의를 넘어서 사회적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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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부터 국내 크롤링 이슈 부상

크롤링 이슈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떠오른 건 2010년에는 잡코리아가 사람인을 상대로 법원에 채용정보 복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다. 서울중앙지법은 2011년 사람인이 잡코리아의 채용 정보를 무단 게재하지 말라는 결정을 내렸다. 법원 결정 이후에도 사람인이 크롤링을 진행하자 잡코리아는 저작권 침해 금지 청구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사람인에 1억98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으나 사람인이 항소했다. 2심 재판부는 사람인에 손해 배상금 2억5000만원과 간접 강제금 등을 포함, 총 4억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람인이 상고했지만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을 결정하며 잡코리아 손을 들어줬다. 이후 잡코리아는 사람인을 상대로 추가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사람인은 2018년 소송 합의금으로 잡코리아에 120억원을 지급하며 법적 분쟁을 마무리했다.

2014년에는 리그베다 위키 대 엔하위키 미러 소송 사건이 벌어졌다. 2014년 리그베다위키는 서울지방법원에 엔하위키 미러의 폐쇄를 구하는 가처분을 제기했다. 법원은 2016년 엔하위키 미러의 사이트 폐쇄를 선고하며 항고 인용으로 가처분 신청을 마무리했다. 2015년에는 리그베다 위키가 엔하위키 미러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엔하위키 미러가 저작권법 위반에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으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는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야놀자는 2016년 여기어때를 수사 당국에 고소했고 2018년 민사 소송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여기어때 행위가 민법상 불법 행위인 부당 경쟁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야놀자 손해액을 10억원으로 책정하고 여기어때에 이를 지불하라 판결했다. 형사 재판에서는 여기어때 대표와 관계자가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2021년 1월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판단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야놀자 측이 애플리케이션(앱)이나 API 서버 접속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해서다.

지난해 10월에는 명품 쇼핑 플랫폼 캐치패션이 경쟁사인 발란, 머스트잇, 트렌비가 무단 상품 정보 크롤링으로 저작권법을 위반하고 정보통신망을 침해했다고 강남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들이 해외 유명 명품 플랫폼에 접근해 허가받지 않은 상품 정보를 복제하고 상품 판매에 활용했다는 주장이다. 아직 재판부의 판단은 나오지 않았다.

네이버는 1월 위메프에 가격비교 데이터를 동의 없이 무단으로 수집했다는 내용 증명을 발송했다. 위메프가 가격 비교를 위해 네이버에서 크롤링 방식으로 수집한 자사 데이터를 즉시 삭제하라 요구했고, 위메프가 정보를 내리며 사건은 일단락됐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프롭테크 기업인 다윈의 불법 크롤링 중단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도 제기했다. 다윈은 지난해 3월과 8월 네이버로부터 공문을 받고 사이트를 개편한 후 네이버 측에 개편 관련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가처분 신청 소송이 들어왔다는 설명이다.

김석환 다윈중개 대표는 “다윈은 '네이버 부동산에 매물 보러가기' 링크를 제공해서 네이버로 이동시켜 줄 뿐”이라며 “통상 데이터를 대량으로 긁어와 자사 DB에 저장해서 가공한 후 제공하는 방식을 크롤링이라고 하는데, 다윈은 대량 복제도 하지 않았고 데이터를 저장하지도 않기에 크롤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진화하는 크롤링…정밀한 논의 필요

전문가는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해 플랫폼 간 크롤링 분쟁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크롤링 분쟁은 후발주자가 선두 업체에 버금가는 정보를 구축하고자 데이터를 긁어오는 데에서 발생한다. 플랫폼이 모두에게 데이터 정보를 개방해 놓고 있지만 원 데이터 수집자는 오프라인 영업과 온라인 광고 등 시간과 자금을 들여 데이터를 축적하고 홍보했기에 업체 간 크롤링은 공정 경쟁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 그러나 최근 크롤링의 목적과 형태가 다양해지고, 크롤링을 통해 이용자 편의도 향상되는 만큼 크롤링 부정 사용에 대한 정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부정한 크롤링의 색깔을 낮추고 합법적인 방법을 찾아가려는 시도들이 늘어나며 크롤링의 형태가 예전과는 다르게 진화했다”며 “크롤링이 데이터베이스(DB) 제작자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고 이익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정밀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용민 율촌 변호사는 “대부분의 기업이 크롤링을 사용하고 있고, 이를 통해 이용자 검색 편의를 제고하는 측면도 있기에 크롤링 기술 자체에 대한 깊은 검토 없는 규제가 이루어진다면 소비자에게도 그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손지혜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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