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 유지하는 외국계 생보사 '눈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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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21년 외국계 보험사 배당 현황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 생명보험사 고배당 정책이 눈총을 받고 있다. 내년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확충을 위해 배당을 자제하는 국내 보험사와 정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IA생명은 지난 4일 700억원 규모 결산배당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2020년 600억원 배당한 데 이어 1년 만에 배당금을 100억원 늘렸다. 지난해 17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 2020년 1652억원에 비해 106억원가량 순이익을 더 올렸는데 대부분을 배당금으로 책정했다. 이 회사 배당성향(총배당금/당기순이익)은 39.8%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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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나생명은 지난해 결산배당과 중간배당을 합쳐 1413억2000만원 배당금을 최대주주에 지급했다. 2020년 배당금 1500억원에 비해 약간 줄었지만 순이익이 3572억원에서 2330억원으로 1000억원 넘게 감소한 것에 비해서는 배당금을 적게 줄인 편이다. 배당성향은 42.0%에서 60.6%로 큰 폭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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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라이프생명도 지난해 12월 270억원의 중간배당을 했다. 2020년 220억원에서 5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이 회사 배당성향은 17.5%다.

외국계 생보사의 지난해 배당성향이 삼성생명(배당성향 36.7%), 교보생명(38.8%)을 웃돈다. 대형사, 중소형사 할 것 없이 새 제도 도입에 앞서 자본금을 쌓아두려는 모습과 딴판이다.

국내 보험사는 상대적으로 배당을 덜 할 뿐 아니라 증권 발행을 통해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지난달 30일 DGB생명이 950억원 신본자본증권을 발행했고, 같은달 25일에는 흥국생명이 400억원 신종자본증권을 찍었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9월 4700억원 규모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외국계 보험사가 해외 본사에 이익을 몰아주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AIA생명은 홍콩계 AIA인터내셔널리미티드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배당금 전액은 이 회사로 들어간다. 라이나생명은 미국 시그나그룹이 100% 지분을 보유 중이고, 메트라이프는 미국계 메트라이프금융그룹의 한국법인으로 현재 메트로폴리탄 글로벌 매니지먼트와 메트라이프 멕시코가 지분을 85.36%, 14.64%씩 보유하고 있다.

기업이 돈 벌어 주주들에 배당하는 걸 무작정 지적할 수는 없지만 새 제도가 도입되면 자본과 부채 평가 방법이 달라져 보험영업 기반이 되는 안정적 자본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상황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도 주식회사이니 이익이 나면 주주에 배당을 주는 게 당연하고, 외국계 보험사는 국내 보험사와 달리 저축성 보험을 팔지 않고 보장성 보험 위주로 영업해서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자본확충 부담도 적은 편”이라면서도 “IFRS17, 킥스(K-ICS)4.0 등 도입을 앞두고 불확실성이 커져 자본력을 갖춰 놓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계 보험사는 배당결정 공시를 하면서 “회사의 자본적정성 수준과 주주 요구를 반영해 배당금을 산정했다”는 단서를 달아뒀다.

[표]2021년 외국계 보험사 배당 현황(자료: 각 사)

*메트라이프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

고배당 유지하는 외국계 생보사 '눈총'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