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한국은행을 떠나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성장을 지키면서도 금융안정과 함께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31일 오후 서울 중구 부영태평빌딩 1층 컨벤션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가계부채 누증 등 금융불균형이 심화되고 금융위기 이후 사라져 버린 줄로 알았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나면서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체계가 무엇인지에 대해 또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 8년간의 임기 중 대부분은 기존 경험이나 지식과는 많이 다른 매우 익숙치 않은 새로운 거시경제 환경에서 통화정책을 운용하지 않았나 싶다”며 “좀처럼 풀리지 않은 이런 수수께끼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더 복잡하고 난해한 고차방정식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또 “지난 8년 동안 세월호 사고, 메르스 사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우크라이나 사태 등 격랑의 소용돌이를 지나왔다”면서 “코로나19 이후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경제 예측이 어긋나고 정책 일관성이 떨어졌다는 비판에 시달리는데 이는 높은 불확실성에 기인한다 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총재는 1977년 입행해 약 2년을 제외한 43년을 '한은맨'으로 살았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총재로 임명돼 2018년 문재인 정부에서 연임했고, 이날로 임기를 마쳤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의 유일한 존립기반은 국민 신뢰라는 점을 되새기며 업무를 시작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국민의 신뢰는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 운용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조직개편과 인사 등 내부경영에 대해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조직 운영과 관련해 두 가지 과제에 역점을 뒀다”면서 “기존 인사 제도와 업무수행 방식에서 비효율적인 요소를 제거해 생산성을 높이는 일이 그 하나고, 또 하나는 직원 개개인의 전문성을 제고해 중앙은행으로서 정책역량을 강화하는 일이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직원들이 체감할 수 있을 정도의 변화를 이끌어 내기에는 미흡했던 것으로 생각한다”며 “다들 동의하시겠지만 어느 조직이든 문화와 제도를 바꿔나가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새 총재 후보로 지명된 이창용 후보자에 대해서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는 “다음 총재로 지명되신 분은 빼어난 인품과 뛰어난 식견을 갖춘 훌륭하기 이를 데 없는 분이라 생각한다”며 “새 총재의 풍부한 경륜이 여러분의 열정과 결합돼 한은이 더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