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탐사 넘어 민간사업 확장 뒷받침
尹 당선인도 공약…설립 움직임 가시화
사천·대전 설립 최적지 주장하며 대립
'항공' 포함 여부 등 명칭·형태도 이견
부처별 흩어진 우주 정책을 총괄하는 '항공우주청(가칭)' 설립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있다. 다만 우주 강국이라는 미래 대비 측면에서 입지를 비롯한 업무 범위 등에 대한 신중론도 과학계 등을 통해 제기되면서 차기 정부의 항공우주청 신설 움직임에 귀추가 주목된다.
◇항공우주청 신설, 공감대는 '충분'
지난해 10월 첫 발사에 나섰던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는 당초 목표 비행시간을 채우지 못하면서 '절반의 성공'으로 끝났지만, 순수 국산 기술을 집약한 발사체 완성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점에서 새로운 우주개발 시대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오는 6월 15일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를 비롯해 우리나라 최초 달 궤도선도 오는 8월 발사를 앞두면서 우주개발은 확장 국면으로 접어든 상태다.
순수 과학적 탐사 목적 외 민간시장을 필두로 한 우주 비즈니스 영역 확장을 위해 미국 등 우주개발 선진국과 같은 '뉴스페이스' 방식의 동반 성장 필요성도 커지면서 항공우주청 신설에 대한 공감대는 충분조건을 이미 달성했다.
항공우주청 신설은 대통령 당선인도 제시한 공약이라는 점에서 더욱 힘을 받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방부, 방위사업청 등으로 산재한 우주 정책 역량을 모을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과학기술계와 학계, 정치권을 막론하고 관심도는 더욱 커지고 있다.
◇입지 논란 등 신설까지 '첩첩산중'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차기 정부 조직개편 구상안 마련에 착수하면서 항공우주청 조직안도 곧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선 과정에서부터 입지를 놓고 불거진 지역 간 대립을 비롯해 정부 조직 형태, 업무 범위 등 신설을 위한 해결 과제로 인해 걸음을 떼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가장 큰 논란은 입지다. 윤 당선인이 언급했던 경남 사천과 연구개발(R&D) 기능 집적도를 충족한 대전 간 대립 양상이다. 사천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관련 인프라를 바탕으로 항공우주산업 최적지로 거론된다. 민간시장 확대를 위해 기업 인프라가 충분한 곳이 고려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에 우주 정책을 뒷받침할 R&D 활성화 측면을 고려한다면 대전 설립이 최적이라는 논리도 만만치 않다. 대전에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밀집해 있다는 점을 근거로 향후 항공우주청 주요 기능으로 예상되는 R&D 바탕의 산업진흥, 국방 역할에 맞춘 입지가 선택돼야 한다는 것이다.
신설 조직 기능을 내포하는 명칭에 대해서도 각계에서 상반된 입장을 보인다.
항공우주청이라는 명칭대로 신설 예정 조직은 항공 분야를 포함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과기계 등은 산업화 측면에서 우주와 항공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현재 정부 조직 형태를 놓고 보더라도 우주는 과기정통부가, 항공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소관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분리한 '우주청' 형태로 추진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다.
조직 형태에 대해서도 의견은 갈리고 있다. 우주 정책을 총괄한다는 성격을 고려했을 때 특정 부처 산하 조직이 아닌 범부처 차원의 대통령 산하 독립부처 형태가 이상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R&D 중심 우주 정책을 탈피하고 상업화, 국제협력, 국방 등 관련 예산을 총괄하는 위상이 필요하다는 게 그 근거다.
조직 신설에 있어 가장 큰 관문인 '정부조직법'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항공우주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점에서 인수위를 통한 섣부른 접근은 향후 정부 야당을 설득하기 위한 충분조건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과기계 관계자는 “우주 정책 총괄을 위한 조직 신설은 인수위만으로 결정하기에는 어려운 과제”라며 “긴 호흡을 갖고 각계 전문가 등이 참여한 형태로 신중하게 비전을 살핌으로써 과학기술 발전과 우주경제 지속 가능성 모두를 확보할 수 있는 접근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