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모터스, 인수대금 못내
운영자금 200억 기한도 어겨
쌍용차, 신차 개발 등 경영여건 개선
새 인수자 물색 자신감 보여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쌍용자동차 매각 작업이 결국 불발됐다. 계약 해지의 주요 원인은 자금력이었다.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은 인수 대금을 기한 안에 입금하지 않은 것은 물론 대여해주기로 했던 운전자금 500억원 중 200억원도 내지 못하면서 신뢰를 잃었다.
◇계약해제 원인은 결국 '돈'
에디슨모터스는 전체 인수대금 3049억원 가운데 잔금 2743억2000만원을 납입 기한인 지난 25일까지 내지 않았다. 계약 즉시 해제 사유다. 쌍용차는 28일 에디슨모터스에 이를 통보하고 공시했다. 에디슨모터스가 인수 대금을 내지 못한 것은 4월 1일 예정된 관계인 집회 연기를 요청하며 인수 대금 납입 기한을 자동으로 연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이다. 에디슨모터스는 표면적으로 인수를 반대하는 채권단을 설득하기 위해 관계인 집회를 미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자금 납입 지연을 위한 집회 연기로 보고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법원은 연기할 수 없음을 통보했으나 에디슨모터스는 자금 부족으로 입금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이 부족했던 것은 에디슨모터스와 함께 쌍용차를 인수하려던 재무적 투자자(FI)가 등을 돌린 탓이다. 애초 에디슨모터스와 인수전 참여를 공언했던 키스톤PE, KCGI는 최종 투자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종 컨소시엄에는 에디슨모터스, 에디슨EV만 이름을 올렸다. 에디슨모터스는 최근 인수한 자회사 유엔아이를 통해 자금을 구할 계획이었으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운영 대금 납입 기한 위반도 계약 해지 사유다. 에디슨모터스와 쌍용차가 체결한 투자 계약에 따르면 에디슨모터스는 운영대금 500억원을 대여할 계획이었다. 지난 2월 3일 300억원을 냈으나 나머지 200억원은 약속 기한인 지난 21일까지 입금하지 못했다. 계약 해지가 결정되면서 이보다 앞서 에디슨모터스가 입금한 계약금은 몰취된다. 이미 대여한 운영자금 300억원에 대해서는 에디슨모터스가 쌍용차의 채권자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새 주인 찾기 자신감 보이지만…결과는 '안갯속'
지난해 4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쌍용차는 다시 법원 허가를 받아 제한적 경쟁입찰이나 수의계약으로 인수합병 절차를 재추진할 전망이다. 쌍용차는 새 주인 찾기에 자신감을 드러냈다. 작년 6월 매각 절차를 시작할 당시와 비교하면 회사 여건이 현저히 개선됐다는 이유에서다. 쌍용차는 개발 여부가 불확실했던 신차 J100 개발을 완료해 6월 말 출시를 앞뒀고, 실행 방안이 구체화되지 않았던 친환경차의 전환도 중국 BYD와의 전략적 제휴로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내년 하반기에 전기차 U100을 출시할 계획이다.
쌍용차 해외사업도 순항 중이다. 사우디아라비아 SNAM사와의 반조립제품(CKD) 사업은 올 1월 현지 공장을 착공, 2023년부터 연간 3만대 규모의 수출 물량을 확보했다. 다른 국가의 수출 물량도 크게 증가하면서 미출고 물량이 1만3000대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반도체 등 부품 수급 문제만 해결된다면 생산라인을 2교대로 가동해야 할 정도로 회사 운영이 정상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정용원 쌍용차 법정 관리인은 “경영 여건 개선이 회사 미래 가치를 제고해서 경쟁력 있는 인수자를 물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최단 시일 내 재매각을 성사시켜 이해관계자들의 불안 해소는 물론 장기 성장의 토대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가 내놓은 청사진에도 업계는 여전히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작년 본입찰에서도 에디슨모터스가 사실상 유일한 입찰자였기 때문이다. 당시 카디널 원 모터스(HAAH오토모티브 새 법인) 컨소시엄과 인디 EV도 쌍용차 인수 입찰에 참여했지만 모두 자금 조달 능력 부족 등으로 입찰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새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쌍용차는 청산 절차를 밟아야 한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