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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가 이뤄졌다. 그것도 0.73%라는 사상 초유의 근소한 차이로. 국민의 생각이 극명하게 반으로 나눠졌다. 선거기간 동안 보여준 극한적인 대결 구도로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어려워 보인다. 통합과 협치가 필요하다는데 대부분 국민이 동의하리라 본다. 통합이란 둘 이상으로 나누어진 것을 하나로 모아 합치는 것을 의미한다. 하나로 합치기 위해선 목표가 명확해야 한다. 국민통합 목표는 바로 헌법정신에 기반해 인류평화에 기여하는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유, 민주, 공화, 공정의 가치로 이루어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가 바로 우리가 지향하는 헌법정신이고 이를 실현해 인류평화에 기여하면서 국민이 행복하게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우리 목표라 할 수 있다. 통합의 지향점인 헌법정신 구현을 목표로 두 진영이 서로 토론하고 경청하고 협력해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상대를 쳐부숴야 할 적으로 보지 말고 역지사지 입장에서 상대도 목표 달성을 같이 원하는 동반자로 보고 협력해야 한다. 대선 패자가 국민 통합을 요청하고 승자가 통 큰 리더십으로 이를 실행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상대 진영의 좋은 정책과 생각을 받아들이고 살려서 혁신을 통한 성장과 따뜻하게 서로 나누는 공정 실현을 통해 성공한 정부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

대통령은 5년이란 임기 동안 국정을 책임지고 이끌어 가는 전문경영인이라 볼 수 있다. 전문경영인은 오너 경영인에 비해 많은 장점이 있지만, 정해진 임기로 인해 단기 실적에 급급해서 기업이 지닌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나 향후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기대 효과가 오래 걸리는 중요 투자 같은 일에 소홀히 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이로 인해 기업은 급변하는 환경에서 변화와 혁신을 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국가 경영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5년 임기 내에 당장 시급한 부동산 문제나 코로나 피해지원 정책도 중요하지만, 연금개혁, 교육개혁, 공공개혁, 노동개혁, 디지털혁신과 같이 힘들고 어렵지만,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더이상 미뤄선 안 된다. 당장 지지율과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역사에서 성공한 대통령과 정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장기 관점에서 국정에 임해 주길 바란다.

유능한 리더와 경영자는 '한 손엔 망원경을 다른 한 손에 현미경을 들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경영의 방향과 총론도 중요하지만, 각론의 실행도 뒷받침돼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성공한 정부가 되기 위해선 정책도 중요하지만, 실행력도 중요하다. 이번 정부가 해결해야 할 대부분 정책은 수평, 공유, 자율, 협력과 같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가치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이를 정부 내에 구현하고 실행하기 위해선 상당한 수준의 디지털 리터러시와 이를 실행할 문화 그리고 시스템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아직도 아날로그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주요 의사결정 방식이 투명하지 못한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하고 수직적인 보고체계에 머물러 있게 되면 국민의 소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게 되어 벌거벗은 임금님과 같은 전철을 밟게 된다. 대통령 당선자가 구중궁궐의 폐쇄적인 이미지를 지닌 청와대를 벗어나 국민과 가까이서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용산 시대를 열겠다는 소식은 시대 흐름에 맞는 환영할 일이라 생각한다. 물리적인 변화와 함께 디지털 플랫폼 정부시스템을 구현해 국민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대부분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유되고 통합된 데이터에 기반한 효율적인 디지털 의사결정이 정부 내에서 이루어지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세계적 수준의 전자정부시스템을 이미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의 전자정부시스템은 사람이 하던 일을 컴퓨터로 자동화한 수준에 머물러 있고 추격형 경제에 걸맞은 정부주도형으로 설계됐으며 통합정부 관점이 아닌 부처별 관리중심의 관점에 머물러 있다. 새롭게 구축할 디지털 플랫폼 정부시스템은, 우선 정부와 공공혁신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디지털 체계로 전환한 후,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IoT, 블록체인, 메타버스와 같은 혁신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방식으로 정보가 유통되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투명하고 효율적인 선도형 시스템으로 구현해야 한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데이터가 중요하며 갈수록 중요성은 증대될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정부와 공공 섹터가 만들어내는 데이터는 새로운 혁신 기업과 서비스를 출현시키는 데에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가 구현되면 공공데이터 개방이 쉽게 이루어지면서 민간 영역에서 혁신을 촉진시키게 될 것이다. 이로 인해 정부 부처의 칸막이가 제거돼 혁신 성장을 위해 시급한 규제 완화와 산업융합이 훨씬 더 용이해질 것이다.

일부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만 독점돼 불투명한 의사결정을 초래하던 문제점도 원천적으로 해결돼 원스톱으로 국민 개개인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작지만 강력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만들 수 있다. 아울러 디지털 플랫폼 정부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대규모 공공 구매를 창출하게 되고 구현된 디지털 플랫폼 정부시스템에 청년 스타트업을 비롯한 다양한 민간의 혁신적인 솔루션과 서비스를 탑재해 벤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며 청년의 정치 참여도 더욱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디지털 플랫폼 정부 시스템 구현을 통해 전자정부시스템 수출사례와 같은 글로벌 도약과 함께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계 경쟁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영환 인공지능연구원장 nomadyoung@gmail.com

<필자>

김영환 원장은 KT고객부문장, 비즈니스부문장, 대외협력실장을 거쳐 KT네트웍스 대표를 역임했다. KAIST 전산학부 교수를 지내면서 컨버전스 최고위과정(AMP) 책임 교수를 겸직했다. 대한민국 전자거래 대상 특별상(2005년), 산업포장(2006년), 대한민국 신성장 경영대상(2012)을 수상했으며 중기벤처기업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인공지능연구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표]대한민국 디지털 플랫폼 정부 공약

[ET시론]국민통합과 디지털 플랫폼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