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쏘렌토·스포티지도 부품없다...중국發 수급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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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기아 광주공장(사진:현대차그룹)

기아가 중국산 부품 수급 문제로 인해 주요 차종 감산 조치를 취했다. 지난주 K8, 쏘렌토에 이어 23일부터는 스포티지도 결품으로 감산이 불가피하다.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공장 폐쇄 조치 후 중국산 와이어 하니스(차량용 배선 다발) 공급이 중단된 탓이다. 현대차그룹은 정부와 공조해서 중국 정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으나 정상화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3월 와이어 하니스 수급 문제에 영향을 받는 차종과 결품 시점을 사내에 공지했다. 기아는 “중국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지역 봉쇄 및 공장 폐쇄로 해당 지역에서 공급되는 차종 부품 공급 중단 상황”이라고 밝혔다. 봉쇄되지 않은 중국의 다른 지역과 동남아에서 생산되는 부품은 정상으로 공급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형 트럭 봉고는 지난 14일, 준대형 세단 K8은 지난 15일부터 각각 부품 수급 문제로 소량 생산에 들어갔다.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 준대형 SUV 모하비는 18일부터 결품이 발생했다. 동희오토가 위탁생산하는 경형 레저차량(RV) 레이도 같은 날부터 영향권에 들어갔다. 인기 차종인 준중형 SUV 스포티지는 23일부터 결품이 예고됐다.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아에 앞서 현대차 울산공장도 부품 재고 상황에 맞춰 생산량을 조절 중이다. 대상 차종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부품 재고에 맞춰 일부 생산라인을 '공피치' 방식으로 운영하는 등 유연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피치란 혼류 생산라인에서 부품 재고 여건상 생산 가능한 일부 차종만 생산하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은 우선 기확보한 재고량을 토대로 생산체계를 운영한다. 생산량을 조절하면서 와이어 하니스 재고를 확보하는 대로 소량 생산을 이어 갈 방침이다. 중국 부품 공급망 정상화 시점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급지역 이원화도 함께 추진한다.

차량 생산이 늦어지면서 소비자 인도 시점도 지연될 전망이다. 3월 기준 납기 일정이 1년 이상이던 쏘렌토 하이브리드, 스포티지 하이브리드' 등 인기 모델도 대상에 포함돼 소비자 불편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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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어 하니스 <출처: 경신 홈페이지>

와이어 하니스는 코로나19 초기였던 2020년에도 문제가 발생해 현대차그룹의 생산라인을 세운 부품이다. 노동집약적 부품으로 현대차그룹에 이를 공급하는 유라코퍼레이션, 경신, 티에이치엔(THN) 등은 중국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해 왔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번 사태를 감안해 재고량을 늘렸지만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강도 높은 통제를 하고 있어 정상화 시점을 예단하긴 어렵다.

정부도 나섰다. 여러 부처가 공동으로 자동차를 포함한 산업계 피해 최소화를 위해 대응하고 있다. 반도체 수요 급증,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코로나19 재확산 등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는다. 정경록 산업통상자원부 자동차과장은 “세계 공급망 붕괴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기업이 조속히 필요한 부품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중국을 비롯한 관련 국가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진형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