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선도 끝나서 새 정부가 들어설 예정이지만 선거운동 기간에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이제는 마이너스 정치가 아니라 플러스 정치를 했으면 한다”였다. 여기서 플러스라 하면 더하기를 얘기하는 것일 거다. 더 이상 상대방을 비판(마이너스)만 하면서 깎아내리지 말고 상대방을 치켜세우면서 서로에게 도움(플러스)이 되도록 하자는 뜻일 것이다.
미디어에서는 플러스 마케팅이 한창이다. 기존 서비스만으로 갈증을 느끼는 이용자를 위해 단순한 플러스로 끝나지 않고 미디어산업 자체를 흔들고 있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디즈니플러스, ESPN플러스, 훌루플러스, 디스커버리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이 대표 사례다.
이들 서비스의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방송이나 통신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를 채널로 구성, 방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급변하는 미디어산업에 부응하기 위해 스트리밍으로 시청자에게 직접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청자 개인은 원하는 콘텐츠를 저렴하게 구독해서 인터넷으로 직접 시청할 수 있다.
회사 대부분이 기존 브랜드 옆에 플러스를 붙여서 OTT를 제공하고 있다. 시청자에게 플러스가 더 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거의 모든 콘텐츠를 제작하는 글로벌 미디어 기업치고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지 않는 기업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플러스' 서비스가 우리 앞에서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또 평균적으로 시청자가 4개 이상 OTT를 시청한다는 통계는 OTT 하나만으로는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번들링이 아니라 단품(알라카르테) 형식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시청자에게 플러스 효과를 준다는 OTT가 이제는 마이너스가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다수 OTT를 시청하기에 패스워드나 요금 납부 같은 계정관리뿐만 아니라 콘텐츠 관리 등 번잡함이 새로운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시청을 위해 앱과 앱을 옮겨다니면서 접속해야 하고, 가격도 기대만큼 저렴하지도 않다.
미국 통신회사 버라이즌이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를 비롯한 OTT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맺고 새로운 플랫폼 플러스플레이(Plus Play)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플러스플레이로 OTT 구독 서비스를 한곳에 모아 자사 고객에게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청자에 기기와 상관없이 구독한 서비스를 관리하고 콘텐츠 서비스에 대한 할인이나 프로모션 등과 같은 정보를 제공한다.
플러스플레이는 위에서 언급한 OTT 고객을 짜증나게 하는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는 반면 코드커팅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케이블TV에는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사업자끼리도 윈윈 관계가 된다. 버라이즌 입장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자사 고객에게 편리함과 편이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고객 유치나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OTT 사업자 입장에서는 고객이 증가하면서 모든 데이터를 소유·관리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나 플러스플레이 파트너는 버라이즌에 데이터 일부를 사용하게 하는 대신 버라이즌 5000만 가구와 1억5000명이 넘는 고객, 막대한 영업팀, 낮은 획득 비용과 유지비용 등 혜택을 보게 됐다.
플러스플레이가 차세대 유료방송이냐고 질문한 보도처럼 상용화 후 결과가 궁금해진다. 기술 발전이 가져온 미디어 산업의 변화가 사고 전환으로 비즈니스 생태계 변화를 일으키는 것으로 보인다. 고객에게 혜택을 줄 뿐만 아니라 사업자끼리도 서로 윈윈되는 모델이 진정한 플랫폼이 아닌가.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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