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표현하고 소통하는 데 글과 사진으로는 부족한 시대다. 빠른 통신 속도와 어디서나 미디어를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기술 덕에 영상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 각광 받고 있다. 유튜브나 트위치, 인스타그램 등 여러 플랫폼이 등장하고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충분히 영상을 만들어 올릴 수 있을 만큼 장비 세팅이나 소프트웨어(SW) 사용법이 간편하고 쉬워졌다. 개인 방송 또는 브이로그(Vlog·영상블로그)는 카메라가 달린 스마트폰이나 노트북만 있어도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한 영상 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 자신이 만드는 영상이 자기 혼자만 간직하고 즐기는 것이 아닌 불특정 다수가 접하는 콘텐츠가 되길 원한다면 투자가 필요하다. 수많은 이들이 비슷한 내용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적어도 영상 품질이 어느 정도 바탕이 되어야 경쟁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 방송을 시작하는데 초고가 기기만큼은 아니지만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준비물은 어떤 게 있을까.
◇가볍고 화질 좋으면서 전천후로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
영상 콘텐츠 장르와 콘텐츠는 실로 다양하다. 수많은 개인이 자신만의 생각을 갖고 만들기에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방송의 가장 필수인 카메라를 고르기 위해서는 자신이 어떤 콘텐츠를 만들 것인가를 확실하게 정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불특정 주제를 다루고 싶다면 '전천후' 카메라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DSLR는 최고 화질을 보여주지만 너무 무겁다. 반면에 디지털카메라는 가볍고 작은 것이 많지만 센서 크기가 작아 태생적 화질 한계가 있다. 간혹 센서가 큰 고급 디지털카메라가 있지만 가격이 부담된다. 카메라는 개인 방송과 브이로그, 사진 촬영 등 용도에서 함께 사용하기 좋은 제품군은 미러리스 카메라라고 할 수 있다. DSLR 대비 미러가 없는 만큼 가볍고 크기가 작지만 풀프레임 또는 크롭 센서를 갖춰 화질은 대동소이하다. DSLR과 디지털카메라 장점을 섞은 제품군이라 화질과 이동성 모두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캐논 EOS M50 Mark II는 2020년 12월 출시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스펙은 APS-C(1:1.6) 크롭 센서, 2410만 화소, 듀얼픽셀AF, DIGIC 8 영상 엔진, 초당 10매 연사 능력을 갖췄다. 캐논의 품질 좋은 렌즈를 사용해 고퀄리티 4K 영상을 얻을 수 있으며 향상된 오토포커스(자동초점)로 움직이는 물체나 작은 물체 초점도 빠르고 정확하게 맞춘다. 눈 검출 AF를 동영상 촬영 시에도 사용 가능해 움직이는 피사체를 매끄럽게 추적 가능하다. 유튜브 라이브 스트리밍 기능이 탑재돼 있어 와이파이만 연결돼 있다면 라이브 방송을 별도 유닛 없이 그대로 송출할 수 있다. 다만 이 기능은 모바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인식되므로 모바일 라이브 스트리밍 조건인 1000명 이상 구독자가 필요하니 유의해야 한다. 영상에 '회전정보'를 추가할 수 있어 모바일 시청할 때 세로로 촬영한 영상을 잘림 없이 세로로 감상할 수 있게 해준다.
소니 알파 ZV-E10은 e마운트 렌즈를 사용하는 미러리스 카메라다. 2420만 화소, APS-C(1:1.5크롭) 센서, 고속 하이브리드AF 등 스펙을 갖췄다. 역시 4K 영상을 촬영할 수 있으며 메모리카드와 배터리를 포함해도 343g에 불과한 컴팩트를 갖추고 있다. 빠른 AF 속도를 갖춰 움직이는 피사체를 놓치지 않고 촬영하고 USB 케이블을 PC에 연결하면 웹캠 대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소니 미러리스 장점인 손 떨림 방지 기능이 있어 극한 상황에서도 흔들림 없이 촬영할 수 있다.
◇음질이 좋아야 전체적으로 좋아 보인다 '마이크'
엘가토 '웨이브3'는 콘덴서 마이크로 유명한 르윗과 협업으로 탄생한 마이크다. 단일 지향성 마이크로 사용자 목소리에 집중하고 녹음 시 울리는 현상이나 기타 노이즈 발생이 적어 1인 크리에이터에게 적합한 제품이다. 상단에 간편하게 터치로 음소거 기능을 끄고 켜는 버튼이 있으며 '로 컷 필터' 하드웨어가 장착돼 별도 장치 없이도 자체로 80Hz 미만 소음을 제거, 깨끗한 음질을 녹음할 수 있다.
마이크 다이얼을 돌려 출력을 줄이거나 늘릴 수 있고 버튼을 눌러 여러 모드로 전환할 수 있으며 전용 소프트웨어를 통해 세부까지 조정할 수 있다. 전용 소프트웨어에서 제공하는 왜곡 방지 기술은 인풋 사운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특정 주파수가 강조되는 '피킹'을 낮춰 불쾌감을 주는 소리를 낮추고 보다 선명한 녹음을 가능케 한다.
◇카메라·화면을 시청자와 함께 본다 '캡처보드'
캡처보드는 다른 기기에서 영상을 입력받고 이를 녹화하는 컴퓨터 장비다. 시청자와 함께 화면을 보거나 PC와 연결 기능이 없는 카메라를 HDMI 등 송출 단자와 연결해 웹캠처럼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웹캠은 해상도가 낮고 화질이 열악한 때가 많은데 이 장비가 있으면 카메라가 찍는 화면을 그대로 컴퓨터에서 볼 수 있다. 또 다른 PC나 게임기 등을 연결해 화면에 띄워놓고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에버미디어 '라이브 게이머 볼트 GC555'는 썬더볼트3 인터페이스에 PCI-e 내장형 캡처 보드와 동등한 성능을 가진 외장 캡처 보드다. 외장형의 경우 저가형은 연결된 기계와 영상 출력 사이에 딜레이가 있어 즉각 반응해야 하는 게임방송 시 어색함이 연출된다. 내장형보다 외장형을 추천하는 이유는 PC를 사용할 수 없는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노트북 등 기기로도 방송을 해야 하는데 이때 내장형보다는 외장형이 확장성·이동성이 좋기 때문이다. 제품은 USB-C 타입 썬더볼트3 포트를 채택해 큰 대역폭으로 외장형 단점이었던 출력 딜레이 문제를 해결했다. 트위치나 유튜브 등 스트리밍 플랫폼이나 엑스스플릿(Xsplit), Obs 등 캡처 프로그램과 호환성도 높다.
썬더볼트3 포트 외 HDMI OUT, HDMI IN, 라인 In 포트를 제공하며 모니터로 패스-스루 출력이 필요한 경우 HDMI OUT 단자를 사용한다. 4K 60fps HDR 패스-스루와 저장이 가능하며 풀HD 영상은 최대 240fps 녹화도 가능하다. 최근 카메라는 물론 PC게임과 PS5, 엑스박스 등 차세대 게임기가 높은 해상도를 자랑하는 만큼 이를 입력해 캡처보드 성능도 높아야 자신이 느끼는 감동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다.
◇나만의 방송 스테이션 '컴퓨터'
영상을 라이브 스트리밍하고 레코딩하며 편집하는 것은 PC 몫이다. 성능이 좋으면 좋을수록 좋다. 그렇지 않으면 방송이 나가는 중에 끊기거나 레코딩, 편집, 인코딩(변환)에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캡처보드도 원활한 작동을 위해서는 내장형 그래픽보다 훨씬 높은 그래픽 카드 파워를 요구한다.
에이수스 '프로아트 스튜디오북 프로 16 OLED'는 독창적이면서 실용적인 '에이수스 다이얼'과 '프로아트 크리에이터 허브'와 같은 기술을 탑재한 크리에이터 전용 노트북이다. 방송국 편집실에서 볼 법한 다이얼로 영상과 사진 편집을 수월하게 하며 기본 제공하는 SW인 프로아트 크리에이터 허브는 사용자가 추가로 제공되는 키들을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설정을 가능케 한다. Intel Xeon W-11955M 프로세서와 엔비디아 RTX A5000 랩톱 그래픽을 채택해 파워풀한 컴퓨팅 파워를 자랑한다. 웬만한 데스크톱과 견주는 성능으로 빠른 레코딩과 변환을 가능해 데스크톱PC를 두고 서브 또는 메인으로 사용하면 아주 좋다. 특히 노트북이라 외부에서 촬영과 스트리밍을 하는 경우라면 더욱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방송 문턱은 낮아졌다. 누구나 스마트폰과 노트북만 있으면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행하면 할수록 방송 품질 아쉬움은 크리에이터나 시청자 모두 커질 터이고, 장비 업그레이드 욕망 역시 마찬가지다. 방송에 뜻을 뒀다면 일정 수준 투자는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되지 않을까.
이호기자 dlghca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