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야간투시경'과 같은 ESG, 투자 전략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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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선을 넘나드는 수색중대에서 군복무를 하며 비무장지대(DMZ:De-militarized Zone)를 처음 경험했다. 남과 북 사이에 형성된 비무장지대는 70여년간 사람의 흔적이 없어 세계적으로도 주목받는 생태계 보고로도 알려져 있다. 낮에 바라보는 생태계 모습은 무척 아름답지만 비무장지대에 들어가서 밤을 새우며 매복해야 하는 것은 혹독한 현실이었다. 달빛조차 없는 밤이면 더욱 특별하게 의지하게 되는 장비가 있었다. 바로 야간투시경(Night Vision)이었다.

비즈니스는 '전투'로 비유하곤 한다. 총성은 없지만 치열하게 시장과 고객 점유율을 한 치라도 넓히기 위해 고민하는 기업에도 '비무장지대'와 같은 곳이 존재한다. 바로 비시장 전략 또는 비재무적 요소로서 특히 환경·사회·지배구조(ESG)라고 불리는 영역이다. 이러한 영역은 시장 중심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구사한 기업 입장에서는 칠흑과 같이 어두운 곳이다. 그렇다면 기업에 '야간투시경'과 같은 렌즈는 무엇일까. 그 렌즈가 바로 요즘 흔히 쓰이는 ESG다.

ESG 관점의 임팩트 투자를 하면서 “ESG, 임팩트 투자는 일반적인 벤처 투자와 무엇이 다르고 어떻게 하는 건가요”란 질문을 무척 많이 받고 있다. 이런 질문은 일반적인 투자는 명확하게 드러나는 재무 분석과 시장 점유율 등을 기반으로 진행될 수 있지만 '임팩트' 투자의 '임팩트'는 과연 무엇을 보아야 하는 것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궁금증이기도 하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이 바로 'ESG 렌즈'라는 개념이다. 앞에서 언급한 어두운 비무장지대에서 길을 찾도록 돕는 '야간투시경'과 같은 'ESG 렌즈'를 통해 바라보면 신기하게도 가려졌던 투자 대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최근 크게 투자를 유치하며 급성장하고 있는 트래쉬버스터즈는 ESG라는 '야간투시경'을 통해 2020년에 투자하게 된 스타트업이다. 플라스틱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를 제공하고 수거한 뒤 세척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것이 기본 비즈니스 모델이었다. 축제기획자였던 대표가 축제가 끝난 뒤 넘쳐나는 일회용품 쓰레기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창업했기 때문에 축제기획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전국의 예약과 계약 건의 총합만 당시 100억원이 넘는 놀라운 수치였지만 코로나19로 한순간에 모든 계약이 취소됐다. 트래쉬버스터즈는 투자자 입장에선 절대 선호하지 않는 특성들이 충분했다. 대표가 경영이나 기술 전공이 아닌 축제기획자라는 생소한 경력을 가졌고, 특별한 기술이 결부되지 않은 '다회용기' 솔루션이라는 것은 누구나 쉽게 따라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 법인을 설립하려는 단계였기 때문에 재무제표라는 정보도 부재했다. 이때 ESG 렌즈는 투자 전략이 된다.

ESG 렌즈로 세상을 본다는 것은 다시 말해 세상을 현재 모습이 아니라 짧게는 2~3년, 길게는 5~7년 후의 세상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를 '시나리오'로 보는 것과 같다. 재무제표가 과거 사진이라면 시나리오는 미래 이야기다. 과거 실적이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 것처럼 과거의 증거로 미래를 재구성하는 것이 더 위험(risk)할 수 있다. ESG 렌즈는 현실에 매몰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흐름을 시나리오로 인식한다. 예를 들어 일회용기 규제는 시간 문제일 뿐 몇 년 후 반드시 시작될 것이라고 보았고, 재활용이나 쓰레기 문제를 매번 죄책감이나 시민의식에 기대어서 풀려고 하는 방식보다는 트래쉬버스터즈처럼 '힙하고, 세련되고, 즐겁게' 풀어 가는 방식이 앞으로의 MZ세대에게 필요한 맞춤형 솔루션이 될 거라는 개연성이 높아 보였다. 2020년의 투자는 불과 1년 6개월 만인 지난 1월 큰손 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투자가치는 14배 이상 높아졌다.

ESG 렌즈가 투자 전략이 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기다리고 기대하는 '시나리오'를 정성스레 읽으면서 그 가운데 앞으로 흥행할 시나리오를 고르는 감독의 행복한 고민이기도 하다. '괜찮은 일자리' '이산화탄소 감축' '경력 여성의 사회 재진입' '장애인의 보편적 접근' '고령화 사회' 모두가 임팩트 투자자에게는 ESG 렌즈로 주목하게 되는 '시나리오'이다. 여기에 앞으로의 큰 투자 기회가 있다.

김정태 엠와이소셜컴퍼니(MYSC) 대표이사 jtkim@mys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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