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강력한 견제에도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국의 반도체 장비 수입액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의 대중 반도체 장비 수출액은 141억달러로 전년보다 55%나 증가했다. 중국이 이들 3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반도체 장비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여전한 셈이다.
중국은 10나노 이하 최첨단 공정보다 상대적으로 기술적 난도가 낮은 14나노 이상 반도체 장비에 적극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견제를 우회해 양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자국의 거대한 시장을 바탕으로 반도체 제조 경험을 축적해 점진적으로 첨단 공정으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반도체 굴기를 대표하는 양쯔메모리(YMTC)는 128단 3D 낸드플래시와 SSD 등 신제품 개발을 지속하고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국의 메모리 기술 개발 및 양산 경험은 지속 축적될 것이다.
중국의 계속되는 반도체 굴기는 우리나라에 위기이자 기회다. 당장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새로운 시장이 된다는 점에서 기회다. 국내 소부장 업체들이 수출 확대와 글로벌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토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초미세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우리나라 업체를 위협할 가능성이 가장 큰 위기 요인이다.
결국 소부장 업체들의 수출 시장을 유지하고 K-반도체 기술 초격차를 확대할 솔로몬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공급망을 면밀히 분석해서 대응하고,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 및 시설 투자를 확대할 대책이 필요하다. 곧 선출될 차기 정부가 놓쳐서는 안 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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