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K-콘텐츠 전성시대'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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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장

“K-팝 스타, '오징어게임' '기생충' 같은 K-콘텐츠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처럼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다.”(뉴욕타임스)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재미있고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는 독특한 면이 있다.”(BBC) “K-팝은 문화와 언어를 가로질러 세계에 서비스될 수 있는 상품이다.”(포브스)

세계 주요 미디어가 전한 기사다. 한류 콘텐츠가 세계인이 공감하는 주류 콘텐츠가 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K-콘텐츠가 주류 콘텐츠로서 지속적으로 세계인에게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검증된 스토리텔링 역량과 도전적인 창작 열기에도 세계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콘텐츠로 오랫동안 지속되기 위해서는 문화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콘텐츠가 가지는 경험재적 속성 때문이다. 경험재는 접해 보고 체험해 보기 전까지는 그 내용과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번 보고 재미와 감동을 느꼈다면 두 번, 세 번 찾게 되는 것이 콘텐츠 소비의 특성이다.

세계 90개국 1위, 1억1000만명이 시청했다는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이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후속 K-드라마가 연속으로 91개국에서 '톱10'을 기록하는 등 경험자를 통해 세계 각지로 소비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한류와 K-콘텐츠 확산을 지속하기 위해 더 많은 해외 소비자에게 K-콘텐츠를 전달해서 체험을 쌓게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다. 그동안 K-콘텐츠의 해외 진출을 위해 정부는 노력을 지속 경주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중소 콘텐츠기업의 해외 진출 단계에 따라 '준비단계-진입단계-진출단계'로 구분해서 차별화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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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수출마케팅플랫폼 웰콘 홈페이지 메인화면

해외 진출 준비단계 기업에는 '콘텐츠 수출마케팅 플랫폼'(웰콘)으로 수출 정보와 해외진출 비즈니스 컨설팅을 제공한다. 2016년부터 제공한 수출정보는 7400건을 상회하며, 비즈니스 컨설팅 수요는 매년 500~600회 수준이다. 웰콘에서는 국가별 시장 분석과 함께 방송, 게임, 애니메이션, 캐릭터, 만화, 음악, 패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콘텐츠 장르별 수출 매력도를 제공한다.

각 시장에서 선호하는 콘텐츠 유형을 파악하고, 시장 맞춤형 전략을 지원한다. 해외시장 진출 시 유의해야 할 규제 정보와 최신 한류 트렌드도 제공한다. 콘텐츠 수출은 다른 어떤 상품보다 문화권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접근이 중요하기에 시장 정보 제공에 주력하고 있다.

진입 단계 기업에는 보유 콘텐츠의 해외 소개를 위한 홍보·프로모션, 바이어 네트워킹·비즈매칭을 지원한다. 2018년 이후 해외 현지 홍보·프로모션은 4400회, 바이어 네트워킹·비즈매칭은 1만800회 이상 진행됐다. 코로나19 발생 이후에는 영상회의 수출 상담, 글로벌 플랫폼 프로모션 지원 등 비대면 비즈니스 지원을 강화해 K-콘텐츠 수출 활동이 단절되지 않도록 했다.

올해 초 웰콘은 활성화된 비대면 비즈니스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콘텐츠기업이 해외 바이어와 상시 교류할 수 있도록 기능을 강화했다. 진출 단계 기업 대상으로는 해외마켓 참가 또는 유통플랫폼 진출 등을 지원해 실제 콘텐츠 수출 계약이 이뤄지도록 돕는다. 2016년부터 5년간 마켓 참가 지원으로 K-콘텐츠 수출 성과는 11억2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주요 권역별 해외마켓뿐만 아니라 신흥시장 마켓까지 부지런히 참가해서 해외 시장과 접점을 늘려 온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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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콘 마켓플레이스

콘텐츠 기업이 의지를 가지고 해외 진출을 추진하고 정부가 이에 호응하는 지원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더 많은 세계인이 K-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현지 소비자, 콘텐츠 유통관계자와의 접점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해외 지사를 운영할 수 없는 10만 국내 콘텐츠기업 역할을 대행할 수 있는 해외 조직망과 현지 거점 확보가 필요하다. 현지 소비자와 유통관계자에게 K-콘텐츠를 홍보하고 체험할 기회를 확대하며 소비자 반응을 국내 기업에 공유하는 작업을 반복, 현지 맞춤형 진출이 가능해질 것이다. 이것이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고 K-콘텐츠 수용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하는 길이다.

현재 콘진원이 운영 중인 10개 해외비즈니스센터를 확대해 해외문화원과 문화홍보관이 운영되고 있는 세계 33개국으로 확대, 해외 조직망을 정비한다면 현지 소비자에게 K-콘텐츠와 K-컬처가 융합된 체험을 지속적이고 규모 있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K-콘텐츠가 세계인에게 소비되는 시대 '신한류(K-Culture) 시대(한류 1.0·2.0·3.0 시대)를 지나 2020년 이후 나타난 세계인의 K-콘텐츠와 K-컬처를 소비하는 시기'를 맞았다.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보면 K-콘텐츠가 진출하지 못한 시장은 너무도 많고 해외 진출을 해보지도 못한 K-콘텐츠도 너무 많다. 세계 어디서나 즐길 수 있는 K-콘텐츠 시대를 준비하려면 발상의 전환을 통한 과감한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2022년 콘진원 전체 예산이 5500억원 수준이나 올해 넷플릭스 국내 투자액 규모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예산 확대를 통해 검증받은 K-팝, 영화, 드라마뿐만 아니라 소외된 장르와 다양한 콘텐츠 창작을 지원해야 한다.

국가별, 언어권별, 종교나 문화권별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맞춤형 해외 진출 지원체계도 정비해야 한다. 다양한 K-콘텐츠를 세계로 확산할 방법이며, 한류를 지속 가능케 하는 원동력이고, 해외시장 전문가라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과업이 될 것이다.

조현래 한국콘텐츠진흥원 원장

○조현래 원장은…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1992년 제36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 예술, 관광, 소통 등 전 분야에서 정책 경험을 쌓은 문화행정 전문가다. 문체부에서는 콘텐츠정책국장, 관광산업정책관, 국민소통실장, 종무실장 등을 역임했다.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석사 학위와 KDI 국제정책대학원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고 한성대 행정학 박사를 수료했다. 콘진원에는 지난해 9월 취임했다.

표.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기업 해외진출 단계별 지원현황·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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