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간 어르신들이 쓰는 '효도폰'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알뜰폰이 최근 MZ세대의 합리적 소비 주체로 주목받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시장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알뜰폰이 도입된 지 11년 만인 지난해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하며 지속적인 성장 기대감이 높아 가고 있다.
중소 알뜰폰 사업자의 분위기도 어느 때보다 긍정적이다. 안정적인 서비스와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탄탄한 가입자 기반을 확보함으로써 이동통신 3사 중심의 통신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이 같은 기회를 맞기까지 중소 사업자들이 버틸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와 업계의 지원이 있었다. 정부는 망 도매대가 인하를 통해서 중소사업자는 이동통신 3사에 비해 저렴한 요금제를 끊임없이 내놓을 수 있었고, 5G 상품 출시를 통해서 알뜰폰도 최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이미지 제고에 성공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부족한 알뜰폰을 위한 각종 지원도 중소 사업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됐다. 알뜰폰 전문 매장 오픈이나 온라인 사이트 오픈, 이통사 매장을 통한 선불 유심 판매, 전국 매장을 활용한 고객서비스(CS) 등 지원은 오프라인 거점이 부족한 사업자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최근에 오픈한 알뜰폰 전문 컨설팅 매장 '알뜰폰플러스(+)' 역시 중소사업자의 오프라인 거점 확대를 위한 지원의 일환이다. 지난달 서울지하철 2호선 합정역 인근에 오픈한 '알뜰폰+'는 알뜰폰에 대한 종합 컨설팅을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중소 알뜰폰이 판매하는 요금제 안내부터 가입, 부가 서비스, 요금 수납, 분실·파손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같은 지원을 통해 중소 사업자는 차근차근 가입자를 모아 가며 시장 경쟁력 확보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성장에 대한 기대와 달리 업계는 갑론을박을 이어 가고 있다.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대기업의 알뜰폰 시장 참여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시작된 논란이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알뜰폰에 참여한 대기업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워 원가 이하의 저렴한 요금제를 내놓거나 이통 3사의 자회사들이 고가의 경품을 앞세워 가입자를 모집하는 등이 대표적이다. 자본력이 부족한 중소 사업자 입장에서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없는 시장을 혼란하게 만드는 사례다.
알뜰폰 산업을 지속적으로 키우기 위해 일부 규제를 도입하는 것은 적절하다. 특히 중소 사업자의 경쟁 참여를 불가능하게 하는 행태에는 규제가 필요하다. 다만 알뜰폰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유율 규제에는 신중했으면 한다. 구조적인 규제가 산업의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알뜰폰+와 같은 상생 방안은 의미가 크다. 필요하지만 비용 부담 탓에 현실화하기 어려운 지원을 대기업이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소 사업자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상생을 위한 진지한 태도도 엿보인다.
알뜰폰 시장 성장을 위해서는 시장 내 사업자가 상생하고 건전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물론 중소사업자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요금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각종 구독 음원 등 서비스와 결합하는 등 소비자에게 더 큰 혜택을 주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알뜰폰 시장이 새로운 성장 국면을 목전에 두고 있는 만큼 규제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해 본다.
김병노 큰사람 회장 brkim@ghconnec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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