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 규제 이후 우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핵심 품목의 일본 의존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100대 핵심 품목의 대일 의존도는 2019년 30.9%에서 2021년 24.9%로 약 6%포인트(P) 하락했다.
수출 규제 3대 품목으로 꼽힌 불화수소, EUV 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등에서 국산화 성과가 나오고 수입 다변화도 이뤄진 덕분이다. 3년 전 반도체 공장이 금방 멈춰 설 수 있다며 호들갑을 떨던 게 기우였던 셈이다. 몇 가지 시사점을 준다.
첫째 핵심 소부장 품목은 우리 기업이 넘을 수 없는 벽이라는 편견이 깨진 것이다. 수출 규제 3대 품목은 일본 기업이 수십 년에 걸쳐 개발한 기술집약체다. 하지만 우리 기업은 불과 3년 만에 버금가는 제품을 만들어 냈다. 그간 겁부터 먹고 도전하지 않은 게 얼마나 한심했는지 자괴감마저 든다. '박세리 키즈'와 '박찬호 키즈'가 쏟아졌듯 후속 국산화도 봇물처럼 터질 수 있다.
둘째 수입처 다변화의 중요성이다. 세계 분업 구조로 이뤄진 반도체 생태 사슬에서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에서도 이런 리스크는 다시 불거졌다. 가능한 국산화하되 그렇지 못한 경우 공급처를 최대한 분산해야 한다. 그것이 '소부장 무기화'를 원천 봉쇄할 수 있는 방도다.
마지막으로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수출 규제로 우리 반도체 산업의 아킬레스건이 드러났다. 일본 의존도가 30%에 육박하고, 핵심 장비의 경우 외산 의존도가 70~80%에 달한다는 사실을 직시했다. 부랴부랴 '소부장 국산화 전략'이 쏟아졌다. 문제는 일본 규제가 미풍에 그치면서 그 열기가 차츰 식을 수 있다는 것이다. 섣부른 축포는 금물이다. 소부장 전략에서는 '냄비'보다 '뚝배기'가 낫다. 반쪽짜리 반도체 강국의 허울을 벗을 절호의 기회를 계속 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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