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군면제' 논란 속, 아시안게임 골프대표팀 선발방식 확정

프로·아마추어 혼합팀 구성, 월드랭킹으로 프로 선발
남자부 군 문제 해결 기회로 뜨거운 경쟁 예상... 군 면제 혜택없는 여자부는 선수 선발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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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열린 대한골프협회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모습. 협회는 경기력향상위원회 회의를 통해 9월 열리는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시 프로선수 선발방식을 월드랭킹으로 확정했다. 사진제공_대한골프협회

9월 중국에서 열리는 항저우하계아시아경기대회(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골프대표팀 선발 방식이 확정됐다. 대한골프협회(회장 이중명)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프로·아마추어 혼합구성으로 대표팀을 구성하기 위해 프로선수는 4월 말 엔트리 마감을 고려해 4월 25일(남녀 월드랭캥 업테이트 시점기준) 남자 상위 2명과 여자 상위 1명으로 선발하고 아마추어는 3월말 열리는 제1회 대한골프협회장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 등 선발전을 통해 선발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지난 달 정기총회를 통해 이번 대회에 프로·아마추어 혼합 대표팀 구성을 결정했었다.

프로선수 선발 기준이 월드랭킹으로 확정되면서 대표팀 승선이 기대되는 선수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남자부의 경우 군 면제 혜택에 따른 논란도 예상된다. 부와 명예를 다 거머쥔 스타 선수들이 군 면제를 목표로 국가대표로 경기에 나서는 것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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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재 선수 경기모습

한국 국적 선수 중 월드랭킹 상위자로 대표선수 선발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임성재와 김시우는 현재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다. 임성재는 일본투어에 데뷔한 뒤 잠시 국내무대와 병행하다 미국무대에 진출했고 김시우는 만 17세였던 지난 2012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PGA투어 퀄리파잉 스쿨을 역대 최연소로 통과하며 미국 무대를 밟았다. 이들은 프로골퍼로 세계 최고 무대로 손꼽히는 미국 무대에 진출했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해 정상에 올랐지만 아직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 2015년 PGA투어에서 활약하던 배상문은 군입대 연기문제로 병무청과 행정소송을 진행하는 등 논란에 휩싸인 뒤 결국 PGA투어 활동을 중단하고 입대를 선택했었다.

반면에 군 면제 혜택같은 '당근'이 없는 여자부의 경우 협회의 생각처럼 세계 톱랭커 선수를 선발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대회가 열리는 기간이 메이저대회를 비롯해 큰 상금이 걸린 대회가 줄지어 열리는 기간이다. 국가대표로 뛴다는 자부심도 좋지만 선수입장에서는 실익이 떨어진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정 스포츠대회 메달리스트에게 군 면제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커지고 있다. 국위선양과 동기부여라는 취지와 달리 개인의 사익추구를 위한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세계를 누비는 문화예술인과의 형평성 논란까지 더해졌다. 실제로 지난 2018년 대회이후 야구대표팀 메달리스트에 대한 군 면제 혜택 논란이 일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아시안게임 금메달만으로 군 면제를 받는 현행제도는 재검토돼야 한다”며 관련법 개정을 건의하기도 했고 대선을 앞두고 치러진 각 정당들의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문화예술인 군면제 혜택 공약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기도 했다.

국제대회 메달에 대한 사회적 가치 변화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과거 국제 대회 메달 획득을 통해 기대했던 국위선양 가치와 현재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세계 대회에서 메달 획득을 통해 국가를 알리는 가치는 예술체육요원 제도가 만들어진 1973년에 비해 많이 달라졌다. 이후 몇 차례 개정을 거쳤지만 변화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골프는 최근 젊은 층까지 아우르는 국민 스포츠로 발돋음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부자들의 놀이'라는 편견을 지워내고 대중 스포츠로도 인정받고 있다. 대중의 니즈를 반영하는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도 '골프예능'이 대세로 떠올랐다. 골프인구 급증과 함께 시장이 호황을 누리면서 내리막을 탔던 주니어 선수 숫자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제2의 박세리를 꿈꾸며 골프를 시작했던 '세리키즈' 열풍에 버금가는 숫자다. 허남양 한국중고등학교골프연맹 회장은 “중고연맹 등록선수 숫자가 지난해부터 크게 늘었다. 역대 최다였던 지난 2010년에 버금갈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대중스포츠로 자리매김한 골프는 이제 더이상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야구 종목이 국제 대회마다 대표팀 구성부터 메달에 따른 혜택으로 홍역을 앓는 이유는 손꼽히는 인기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골프 역시 대중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변화된 시각에 맞춰 맹목적인 메달 획득보다 대중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대표팀 구성이 필요하다. 성적이 모든 불만을 잠재우던 시대는 지났다.


정원일기자 umph11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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