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준비 마치고 승인 신청에도
中 정부 제재 강화로 설립 지연
위챗 등 플랫폼 연계 신사업 차질
관계자 "통상적 승인절차" 일축
삼성화재가 중국 최대 정보기술(IT) 기업인 텐센트와 설립하기로 한 중국법인 합작사 출범이 늦어지고 있다. 관련 준비를 모두 마치고 지난해 6월 현지 금융당국에 승인 신청을 했으나 아직까지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삼성화재는 통상적인 승인 절차를 밟고 있는 것일 뿐 지연되는 건 아니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삼성화재는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삼성화재 중국법인을 텐센트 등 중국 투자자들과 합작사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1995년 중국시장에 진출한 삼성화재는 2020년 11월 합작사 설립 계획을 발표했고, 지난해 6월 현지 당국에 승인을 신청했다. 합작사가 출범하면 삼성화재 보유 지분은 37%로 줄어들게 된다. 텐센트가 지분율 32%로 2대 주주가 되고, 위싱과학기술회사(11.5%), 맘바트투자발전(11.5%), 궈하이투자발전(4%), 보위펀드(4%) 등 중국 투자자들이 참여한다.
그동안 삼성화재 중국법인은 우리나라 기업 대상으로 기업성 보험과 자동차보험 판매에 주력해 왔다. 지난해 3분기까지 중국법인 누적 보험료수익 1094억원 중 화재보험이 약 471억원, 자동차보험이 353억원을 차지했다. 삼성화재의 다른 해외법인에 비해 사업 규모가 큰 편이지만 외국계 손해보험사라는 한계 때문에 중국 내에서 큰 성장은 이루지 못했다.
이에 삼성화재는 텐센트와 합작사 설립을 통해 온라인 보험시장을 공략하기로 방향을 틀었다. 합작사가 출범하면 위챗 등 텐센트 플랫폼을 통한 보험 가입으로 중국 젊은층 고객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그러나 중국 당국 승인이 뒤로 밀리고 있다. 최초 설립 발표 후 1년 4개월가량 지났고, 승인 신청 후에도 약 8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중국정부가 텐센트 등 자국 IT 기업 제재를 강화하면서 합작사 설립에도 일정 정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합작사 설립이 늦어질수록 삼성화재가 중국에서 그리는 온라인을 통한 신사업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중국은 텐센트, 알리바바, 디디추싱 등 자국 핀테크 및 플랫폼 기업들의 독과점 문제를 지적하며 규제에 나서고 있다. 2020년 하반기 중국 규제당국은 텐센트의 모든 애플리케이션(앱) 업데이트와 신규 앱 출시를 잠정적으로 중단시킨 바 있다.
또 지난해 4월 중국 금융당국은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플랫폼 기업에게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했다. 중국 인민의 공동 번영을 이유로 비대면 결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알리바바(알리페이)와 텐센트(위챗페이)의 성장을 억제하려는 모습으로 해석된다. 같은 해 7월에는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한 지 3일 만에 중국 최대 공유 자동차 업체 디디추싱에 대한 네트워크 보안법 위반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삼성화재는 현지에서 사정을 지켜보면서 합작사 설립을 계속 추진하고 있고, 지연은 아니라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올해 들어서도 합작사 설립 승인이 나지 않자 중국법인은 이달 초 2024년까지 발전 계획을 세우고 자체 영업에 들어간 상태다.
[표]삼성화재 중국법인 연혁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