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 2.0 리브랜딩 역효과?…무제한 발행 우려에 시장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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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보라(BORA)'가 2.0 리브랜딩을 선언한 직후 코인 가치 하락에 대한 투자자들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상자산 리브랜딩은 프로젝트 방향을 발전적으로 전환한다는 측면에서 통상 호재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번 보라의 리브랜딩은 재단 측이 '토큰 인플레이션에 따른 동적인 토큰 이코노미'를 도입하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토큰을 무제한으로 발행할 수 있다는 의미로 전달돼 시장에 충격을 줬다.

업비트 기준 보라는 1개당 약 1300원 대에 거래 중이다. 며칠만에 30% 이상 폭락했다.

가격 하락 일부는 시세차익 실현 물량이 시장에 흘러나온 것을 원인으로 볼 수 있으나, 거센 낙폭을 고려할 때 무제한 토큰 발행 계획 발표 영향이 더욱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2018년 7월 최초 발행된 보라코인은 현재 시가총액이 약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메이저 코인 중 하나다. 현재 총 발행량 12억개 중 8억6000개 가량이 시중에 유통 중이다. 추가 발행량이 얼마냐에 따라 기존 코인 가치도 크게 변동할 수 있다.

지난 8일 임영준 보라 CBO는 “발행량이 고정돼 있던 기존 정적인 토큰 이코노미에서 인플레이션율에 맞춰 토큰이 계속 발행되는 '동적 토큰 이코노미'로 전환할 것”이라며 “시스템적 토큰 소각 모델을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으며, 이는 커버넌스 카운슬과 논의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라 거버넌스 카운슬에는 샌드박스네트워크,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이 합류한다.

현재 발행된 대부분 주요 가상자산들은 최대 발행량에 제한을 두고 있다. 발행량이 특정되지 않을 경우 코인의 희소가치 책정이 매우 어려워지고, 이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코인을 선제적으로 보유할 유인을 크게 떨어트리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프로젝트에 우선 참여하는 투자자들은 낮은 가격에 코인을 매입할 기회를 부여받고, 이후 가상자산공개(ICO) 등을 통해 코인의 유동성이 늘어나면 이를 매각해 차익을 얻는다. 코인이 발행량이 무제한일 경우 추가 발행이 일어날 때마다 코인 가격은 지속 하락하기 쉽다.

대표적인 가상자산 비트코인의 경우 총 발행량은 2100만개로 설계돼 있다. 반대로 발행량이 무제한인 '도지코인'은 대표적인 밈코인으로 분류된다. 이더리움 역시 발행 총량에는 제한은 없지만 연간 발행량은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장치를 두고 있다.

이 때문에 발행량 정책 변경과 같은 중요한 사안 결정에는 코인 보유자들의 민주적인 투표 절차를 거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 보라 리브랜딩의 경우 발행사가 이와 같은 문제를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측면에서 투자자 반발이 더욱 거센 측면도 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카카오 계열 상장사들에게서 보였던 '먹튀' 논란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도 분석된다. 보라는 카카오 계열 코인으로 분류되는 '클레이'와 관계가 깊고, 보라 사업을 주도하는 프렌즈게임즈(메타보라) 역시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다.

한편 보라 측은 계획된 연간 신규 발행량이 전체 발행량에 비해 미미하고, 토큰 소각을 병행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일각에서 제기되는 '무제한 발행'은 현실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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